18일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업지원TF에는 사장급 1명과 부사장급 4명을 포함해 15명의 임원이 소속된 것으로 파악된다.
사업지원TF는 2017년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삼성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후 전자계열사 사이 사업현안을 조율하기 위해 출범한 조직이다. 임원급만 50여 명이었던 미래전략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삼성전자 전사조직으로서는 작지 않은 규모다.
정현호 사장이 TF장을 맡아 조직을 이끌고 있고 안중현, 김홍경, 이승욱, 정해린 부사장이 뒤를 받친다. 부사장 이상 조직원은 모두 과거 미래전략실 출신이다.
정 사장은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비서실 재무팀, 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인사팀장 등 그룹 콘트롤타워를 두루 거쳤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과 비슷한 시기에 미국 하버드대에서 수학해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정 사장은 미래전략실에서 유일하게 2개의 팀을 거쳤다. 이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을 해체할 때 사장급 임원 중 삼성전자로 복귀한 인물은 정 사장뿐이다. 정 사장의 탄탄한 입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이건희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오너경영 리더십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정 사장의 역할도 더 커질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조만간 이뤄질 삼성전자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그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떠오른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전 회장의 지분을 상속하고 지배력을 다지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편 등 그룹 차원의 현안이 다뤄질 가능성은 매우 크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뿐 아니라 그룹 전체를 아우르기 위해서도 그룹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과거 삼성 지배구조를 비판하며 각을 세웠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공정거래위원장 시절인 2018년 5월 “이 부회장은 미래전략실과 다른 새로운 그룹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업지원TF의 기능 강화나 확대 개편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여기에 이 부회장의 재판 리스크까지 감안하면 경영에 차질을 막기 위해 계열사와 소통을 담당하는 사업지원TF를 강화해야 하는 필요성은 더 커진다.
사업지원TF는 출범한 지 3년이 됐지만 여전히 임시조직인 TF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부회장의 완전한 경영권 승계를 계기로 정식조직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삼성그룹 불법 경영권 승계사건 관련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사업지원TF의 전신인 미래전략실이 이 사건의 중심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사업지원TF가 역할을 확대한다면 자칫 미래전략실의 부활이나 제2의 미래전략실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정 사장도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인멸 사건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사건건과 관련해 여러 차례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사업지원TF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다만 정 사장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김종중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등과 달리 검찰의 기소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사법적 리스크에서 비껴나 있어 역할을 확대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