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증권업계에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3자연합(KCGI, 반도그룹,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이의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KDB산업은행이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사실상 끝났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KDB산업은행은 5천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한진칼 지분 약 10.7%를 확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조원태 회장 쪽 지분율은 41.7%에서 37.3%로, 3자연합 지분율은 45.2%에서 40.4%로 하락하게 되는데 KDB산업은행이 조원태 회장 쪽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아 판세가 기울어지게 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을 확보함에 따라 조원태 회장 측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바라봤다.
권 전 회장은 한진칼 경영권을 획득할 가능성이 크게 작아지면서 출구전략을 모색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경영권을 사실상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진칼 지분에 자금을 묶어두는 것보다 수익성 높은 다른 투자처를 찾는 것이 반도그룹 성장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권 전 회장은 그동안 반도그룹의 뛰어난 현금창출력을 활용해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왔다.
3분기 기준으로 반도그룹은 계열사인 대호개발 등을 통해 한진칼 지분 19.2%를 보유하고 있는데 KCGI(19.6%) 다음으로 지분율이 높다. 지분가치는 17일 기준으로 약 8500억 원에 이른다.
KCGI가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3자연합은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신청과 본안소송 등으로 산업은행을 내세운 정부에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방안은 3자연합 가운데 권 전 회장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대응방식이 될 수 있다.
반도그룹은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반도건설을 주력계열사로 삼고 있다.
주택사업은 각종 인허가가 반드시 필요한 데다 공공택지 확보 등이 중요해 국토교통부와 관련 공기업 등의 협력을 얻지 않고는 사업 진행이 어려운 부분이 많다.
3자연합이 법적 대응에 나선다면 최종 선고까지 정부와 대립이 장기화될 수 있는 만큼 권 회장으로서는 본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할 수 밖에 없다.
3자연합은 계약을 통해 협력관계로 묶여있어 권 전 회장이 한진칼 분쟁에서 단독으로 발을 빼는 일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펀드로 수익을 내야 하는 KCGI나 한진그룹 경영권의 운명이 걸린 조현아 전 부사장과 달리 권 전 회장은 적절한 수준에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만 있다면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 빠지더라도 별다른 피해를 볼 부분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권 전 회장이 1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진칼 주식을 더 살 수도 있다”고 말한 점을 고려하면 한진칼 지분을 올해 1~2월에 추가 매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권 전 회장이 지분을 분산매입해 취득단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현재 주가 수준에서 상당한 평가이익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권 전 회장이 한진칼 지분에 들어간 자금을 회수한다면 이 자금으로 다른 중견건설사들처럼 신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반그룹, 중흥그룹, 태영그룹 등 반도그룹과 비슷한 규모의 중견건설그룹 등은 모두 탄탄한 현금창출력을 토대로 각자 폐기물처리사업, 언론사업, 리츠사업 등으로 사업범위를 넓히고 있기도 하다.
특히 폐기물처리사업은 인수합병을 할 만한 매물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데다 건설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권 전 회장이 관심을 보일 만한 사업으로 꼽힌다.
권 전 회장이 6월 반도그룹 조직개편에서 투자운용부문 대표로 금융권 출신인 김호균 대표를 내세웠다는 점을 살피면 리츠 등 부동산금융사업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권 전 회장은 9일 반도그룹 회장에서 물러났지만 반도그룹 지주사인 반도홀딩스 지분을 69.6% 보유해 여전히 그룹 경영에 큰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여겨진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알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