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구본준 고문의 계열분리를 통해 구 고문이 들고 있던 LG 지분 7.72%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 고문은 보유한 LG 지분을 LG가 지닌 LG상사, LG하우시스, 판토스의 지분과 맞교환하는 방식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이 새로운 재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시선이 쏠린다. LG 지분 7.72%의 가치는 1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LG그룹이 구 회장 취임 이후 전사적으로 전장사업을 육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장사업 규모를 더 키우는 방향의 활용안이 나올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전장 관련기업과 주식교환을 하는 것이다.
LG그룹 전장사업의 중심인 LG전자는 2018년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기업 ZKW를 1조4천억 원가량에 인수하며 사업영역을 넓혔다.
그러나 인수합병은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할뿐 아니라 사업이 부진했을 때의 부담도 크다.
이에 따라 최근 여러 기업들이 주식교환을 통해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와 CJ그룹은 10월26일 6천억 원 규모 주식교환을 해 콘텐츠 및 영상플랫폼, 물류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구 회장이 새로 얻는 지분을 통해 다른 전장기업과 협력하면 수익성이 높지 않은 LG그룹 전장사업의 실적을 개선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수민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4월 ‘사업구조 개편의 터닝포인트에 선 LG그룹, 향후 전망은?’ 보고서에서 “LG그룹은 미래 자동차사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아직은 사업 초기 단계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가운데 대규모 투자에 다른 채무부담이 늘고 있다”고 바라봤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그룹에서 LG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 포트폴리오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LG전자와 LG이노텍은 각각 자동차부품을 전담하는 사업부를 꾸려 자동차용 헤드램프, 자동차용 LED(발광 다이오드) 조명 등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아직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LG유플러스와 LGCNS는 자율주행 솔루션을 개발한다. 하지만 LG유플러스의 5G통신 기반 자율주행서비스는 최근에야 실증 단계에 들어갔다.
LG화학은 전기차배터리사업에서 2분기에 흑자전환을 달성하고 1~9월 세계 전기차배터리 점유율 1위를 달성했는데 이런 LG화학을 제외하면 여전히 갈 길이 먼 셈이다.
구 회장은 전장 등 신사업을 더 키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3월 LG 주주총회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성장동력의 발굴 및 육성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며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며 “멈춤 없는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물론 LG가 구 고문으로부터 확보할 지분을 그냥 들고 있거나 소각함으로써 배당을 확대할 수도 있다.
자사주는 배당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이 자사주를 들고 있으면 일반주주가 보유한 주식 가치가 올라간다. 자사주를 소각해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구 회장은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아 상속세 7161억 원을 연부연납해야 한다. LG 배당이 늘어날수록 구 회장의 상속세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LG는 11월 마지막 주 이사회를 열고 계열분리 등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