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이 매각작업이 순항하고 있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최근 우선 매수권자를 확보한 데다 중형조선사들을 향한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7년 만에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16일 STX조선해양에 따르면 주채권은행 산업은행이 23일 오후 5시까지 매각을 위한 투자의향서를 받는다.
아직까지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되는 만큼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놓았다.
스토킹호스 방식은 우선 매수권자(예비 인수자)를 미리 결정한 뒤 공개입찰을 거쳐 선정한 우선협상대상자와 재차 가격경쟁을 붙이는 방식이다. 입찰이 무산되면 예비 인수자에게 매수권을 준다.
STX조선해양은 23일 5시까지 다른 원매자들이 투자의향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우선 매수권자인 KHI인베스트먼트-연합자산관리(유암코) 컨소시엄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되는 것이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시간을 두고 내부적으로 규정을 까다롭게 적용해 예비인수자를 선정한 만큼 예비 인수자가 확정되면 인수가 무산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STX조선해양은 그 동안 새 주인을 찾기 위해 혹독한 길을 걸으며 경영정상화에 힘써왔는데 이런 점이 7년 만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STX조선해양은 2013년 7월 경영악화로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2016년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가 이듬해 졸업하기도 했으며 2018년 다시 법정관리체제에 들어갈 위기에 봉착하면서 구조조정과 비영업자산 매각 등 뼈를 깎는 노력이 이어졌다.
STX조선해양은 지난 7월 경남도, 창원시와 함께 노사합의를 거치며 정상화를 위한 주인 찾기를 본격화했다. 경남도와 창원시는 STX조선해양 노사가 고용을 유지하고 신속한 투자유치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기로 하는 등 노동자 생계지원대책을 약속했다.
STX조선해양 노사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순환무급휴직과 희망퇴직 등 고정비 절감에 주력했다.
2018년부터 2년 동안 생산직 500명이 250명씩 번갈아가면서 6개월씩 순환 무급휴직을 실시했다. 올해 6월에도 수주절벽에 따른 추가 무급휴직을 단행한 데 이어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STX조선해양은 이런 각고의 노력을 통해 부채비율이 크게 개선됐다. 2017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745.44%였지만 2020년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84%로 크게 좋아졌다.
STX조선해양은 이처럼 뼈를 깍는 노력에 힘입어 8월에는 국내 선사 우림해운으로부터 액체화물운반선 3척을 수주하며 회생 가능성을 시장에서 보여줬다.
10월부터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함께 LNG벙커링선 개발을 마치며 조선업계 불황을 이겨내는데 온힘을 쏟고 있다. LNG벙커링선은 LNG를 연료로 쓰는 선박에 바다에서 LNG를 공급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STX조선해양은 2017년 세계 최대 용량이었던 LNG벙커링선을 건조해 네덜란드 에너지회사 로열더치쉘(Royal Dutch Shel)에 인도했는데 그 경험을 토대로 LNG벙커링 용량을 더욱 키우며 희망을 키워냈다.
최근 조선업계에서 중형조선사를 향한 투자심리가 좋다는 점도 STX조선해양의 매각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는 요인이다.
STX조선해양외에 대선조선과 한진중공업 등 다른 중형조선사 매각도 순항하고 있다. 대선조선은 매각 본입찰에 단독 참여한 동일철강이 지난 9일 업무협약을 체결한데 이어 본계약도 올해 안에 체결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진중공업도 지난달 26일 마감된 매각 예비입찰에 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한국토지신탁 등 7곳이 인수 의사를 밝혀 매각 기대감이 높다.
국내 중형조선사 5곳 가운데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이미 HSG중공업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