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에도 지난해처럼 막판에 판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기아차가 11월까지 거둔 누적 판매량을 고려하면 820만 대 판매라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에도 800만 대 판매 목표를 막판에 극적으로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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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모두 719만2천여 대를 판매했다. 현대차 444만9천여 대, 기아차 274만3천여 대다.
정몽구 회장은 올해 초 글로벌 판매 목표로 820만 대를 제시했다. 현대기아차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2월에 100만 대 이상을 팔아야 한다.
12월은 세계적으로 자동차시장의 성수기다. 4분기 들어 중국의 구매세 인하효과와 내수시장의 개별소비세 인하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현대기아차의 판매량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100만 대 판매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들어 한 달 평균 60만~70만 대를 판매해 왔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에도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724만5천여 대로 집계돼 800만 대 달성이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왔다.
12월에 75만 대 이상을 판매해야 하는데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월평균 66만 대를 팔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2월 월간 판매량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인 75만8천여 대를 판매해 800만 대 판매를 달성했다.
정 회장이 800만 대 돌파라는 특명을 내린 뒤 전사 차원에서 판매량 증대에 힘썼기 때문이다.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연초 제시한 판매 목표를 낮추거나 달성하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런 만큼 남은 한 달 동안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이달 중순 세계 각국의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을 불러 모아 올해 실적을 점검하는 회의도 연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판매 증대를 위해 힘써줄 것을 강조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무리해 목표를 달성할 경우 올해 상반기처럼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기아차가 올해 초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난해부터 쌓인 재고가 꼽힌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분기에 199만5천여 대를 판매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193만4천여 대로 판매량이 뒷걸음질했다. 특히 수출이 크게 부진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2월 목표 달성을 위해 일시적으로 공장 가동률을 높여 생산량을 늘렸다. 이른바 밀어내기를 한 것이다. 그 결과 생산된 차가 그대로 재고로 쌓였고 1분기 공장 출하량을 비롯해 판매량 자체가 크게 떨어졌다.
올해 1분기에 현대차 해외공장 10곳 가운데 체코공장을 제외한 9곳은 지난해 4분기보다 매출이 감소했다.
현대기아차는 또 지난해 12월부터 직원의 가족할인 대상을 기존 4촌에서 6촌까지 넓혔고 일반 고객 대상으로도 판촉활동을 강화했다. 미국에서도 대대적인 할인판매를 진행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현대기아차가 12월에 지난해처럼 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공장 가동률을 올릴 경우 재고가 증가할 것”이라며 “그럴 경우 내년 상반기에 올해처럼 고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