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허 부회장이 GS리테일과 GS홈쇼핑을 합병하기로 결정한 것은 쿠팡과 네이버 등 이커머스업체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GS리테일은 합병 계획을 밝히며 네이버쇼핑과 CJ대한통운의 협력, 쿠팡의 대규모 물류배송 인프라와 결합한 서비스 등을 배경으로 들었다. GS리테일의 잠재적 경쟁자를 쿠팡이나 네이버와 같은 이머커스기업으로 설정한 것이다.
허 부회장은 올해 2조8천억 원 규모인 모바일 취급고를 2025년까지 7조 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이커머스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GS리테일은 이커머스사업 확대의 핵심요소인 물류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GS리테일은 전국 물류센터 28개와 신선식품 전용물류시설 20개, 편의점 1만5천여 개, 슈퍼마켓 320여 개를 보유하고 있다. 점포 규모로 보면 GS리테일의 보유한 점포는 국내 최대 규모이며 편의점들이 동네 곳곳에 위치하고 있어 소비자 접근성도 좋다.
허 부회장은 GS리테일이 보유한 오프라인 시설을 물류거점으로 활용해 이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흡수합병되는 GS홈쇼핑은 TV홈쇼핑 이용자가 3만 명가량이고 모바일쇼핑 애플리케이션 이용자가 1800만 명에 이르는데 이들에게 GS리테일의 시설을 활용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상품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편의점은 이미 방대한 전국 인프라를 통해 택배서비스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최근 유통사업의 추세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통합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다”며 “기존 GS리테일의 오프라인 거점을 통해 온라인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GS리테일은 GS홈쇼핑의 온라인커머스 역량을 활용해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면서 “패션, 리빙, 건강부문에 강한 홈쇼핑과 신선식품에 강점이 있는 편의점사업이 상호보완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허 부회장은 아직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 신선식품, 건강기능식품 영역으로 이커머스사업의 확대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신선식품은 하루만 지나도 제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소비자가 접근하기 쉬운 곳에 물류거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편의점 GS25만큼 접근성이 좋은 곳은 없다. GS25는 이미 카카오톡의 ‘주문하기’ 서비스를 통해 신선식품 등 350여 종을 24시간 배달하는 등 물류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허 부회장은 통합법인 GS리테일의 온라인쇼핑 이용자가 식품류를 주문하면 콜드체인망을 통해 당일배송하거나 소비자가 직접 가까운 편의점에서 상품을 바로 수령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GS리테일과 GS홈쇼핑 시너지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국내에서 다른 종류의 유통 플랫폼이 통합해 이상적 시너지를 낸 뚜렷한 사례가 없고 GS리테일과 GS홈쇼핑도 아직 구체적 전략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GS리테일이 발표한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합병이 이뤄졌던 CJENM(CJ오쇼핑과 합병)은 뚜렷한 시너지를 보이지 못하며 현재 기업가치가 합병 당시를 밑돌고 있다”며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계획 없이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불확실이 남을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을 계열분리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GS홈쇼핑은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책임경영을 하던 계열사로 올해 허 회장이 그룹회장에 오르면서 전문경영인인 김호성 대표가 이끌고 있다. 하지만 GS홈쇼핑이 GS리테일에 흡수합병되면 사실상 허연수 부회장이 GS그룹의 유통부문을 총괄하게 된다.
다만 GS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당장 계열분리를 말하기에는 이르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은 모두 GS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데 GS는 그룹 오너들이 지분을 나눠 들고 있다. 허태수 회장은 GS 지분 2.12%, 허연수 부회장은 GS 지분 2.26%를 보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