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항공업계에서는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효과를 내면서 의약품 운송을 전문적으로 준비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의약품 운송 국제표준인증을 받은 항공사는 대한항공을 포함해 18개 항공사만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원태 회장이 지난해 의약품 운송을 위한 국제표준인증을 준비했던 것은 바이오 물류시장의 성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제약전문 미디어 파마슈티컬 커머스에 따르면 바이오 물류시장 규모는 2018년 823억 달러(한화 약 91조3776억 원)에서 2022년 917억 달러(한화 약 101조8145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조원태 회장은 올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게 되자 백신 수송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붙였다.
대한항공은 10월 화물사업본부 내에 백신수송 업무를 전문적으로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미리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화물영업 및 특수화물 운송전문가로 구성된 대한항공 태스크포스는 백신 운송에 필요한 장비와 시설 확보 등 백신 수송 전반에 걸쳐 필요한 사항을 준비해왔다.
대한항공은 현재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 온도조절이 필요한 화물을 약 100톤 가량 수용할 수 있는 1292㎡ 규모 냉동 냉장시설을 보유하고 있는데 앞으로 보관시설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코로나19 백신 수송을 안전하게 수행하기 위해 수송절차를 재정비하고 의약품 수송과 관련한 직원교육을 실시하는 등 전문성을 높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또한 내년에는 인천 제2여객터미널에 1872㎡ 규모의 신선화물 보관시설(Cool Cargo Center)을 추가 확보해 백신 운송에 차질이 없도록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물류업계 일각에서는 화이자가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이 바이러스 유전체인 RNA를 이용하는 백신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극저온에서 보관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운송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은 2~8℃에서 관리되는 일반적 독감백신과 달리 영하 70~80℃에서 보관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단백질을 기반으로 하는 백신이나 바이러스의 병원성을 제거해 인체에 주입하는 백신도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백신 운송을 꾸준히 준비해온 대한항공에게 기회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은 현재 임상3상(다수의 환자에게 투여해 안전성과 치료효과를 확증하는 단계)에 있는데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과 달리 냉장보관만으로 유통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을 보관할 수 있는 특수용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운송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승인이 이뤄지면 연내 5천만 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 2021년 13억 도즈가 생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등 대형 제약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의 승인과 공급이 예상대로 이뤄진다면 2021년 항공화물시장에 80억 도즈의 백신 수송물량이 유입될 것이다”라며 “이는 전체 항공화물 수요의 3~6%로 2021년 화물호조를 충분히 견인할 수 있는 규모다”라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대한항공이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0조2440억 원, 영업이익 5880억 원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 실적 전망치보다 매출은 30.7%, 영업이익은 378% 늘어나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