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시대에 현대차그룹 부회장단은 어떻게 바뀔까?
정몽구 명예회장이 다수의 부회장을 두고 힘을 적절히 배분하는 방식으로 그룹을 키운 것과 달리 정 회장은 직접 주요 사업과 계열사를 챙기는 직할 방식으로 경영전략을 펼쳐 부회장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재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는 전문경영인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등 4명이다.
정 회장의 매형으로 총수일가인
정태영 부회장을 빼면 사실상 전문경영인 부회장은 3명인데 정 회장이 회장에 오른 만큼 다시 한 번 세대교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에 오른 뒤 부회장 세대교체에 속도를 냈다.
2018년 연말 임원인사에서 당시 현대차 연구개발본부를 책임지고 있던 양웅철, 권문식 두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났고 김용환,
정진행 현대차 부회장이 각각 현대제철과 현대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2018년 말 현대제철에서 현대로템으로 자리를 옮긴 우유철 부회장은 지난해 말 고문으로 물러났다.
윤여철 부회장은 노무 전문가, 김용환 부회장과
정진행 부회장은 전략기획 전문가로 각 계열사에서 경영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역할은 예전같지 않다.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이른 시일 안에 새로운 인물을 부회장으로 올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부회장을 두지 않고 주요 사업과 계열사 경영을 직접 챙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부회장 수가 빠르게 줄어든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현대차그룹 부회장 수는 2010년 14명에서 현재 4명으로 최근 10년 사이 30%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정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뒤 2017년 말 9명, 2018년 말 6명, 2019년 말 5명 등으로 더욱 빠르게 감소했다.
부회장은 총수 일가를 제외한 전문경영인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 자리로 보통 그룹의 2인자 위치로 평가된다.
정 회장이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인 만 50세에 회장에 올랐고 전기차 등 자동차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 만큼 당분간 2인자를 두지 않고 계열사 대표들과 직접 소통하는 직할체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직할체제는 기본적으로 각 계열사 대표나 사업담장자가 최고 의사결정권자와 의견을 직접 논의할 수 있어 변화에 더욱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선시대 왕들만 봐도 태종, 세조 등 힘 있는 왕들은 의정부 논의를 거쳐 보고를 받는 의정부서사제 대신 직접 명령을 6조에 하달하고 보고 받는 6조직계제를 선호했다.
이는
정몽구 명예회장과 확연히 다른 정 회장의 경영 스타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정 명예회장은 만 61세인 1999년에 현대차 회장에 올라 2000년 현대차그룹을 출범했는데 이후 전문경영인 부회장에게 경영을 많이 의지했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 한 곳만 보더라도 부회장이 2000년 말 1명에서 2010년 8명까지 늘었다. 현대차그룹이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에 공이 큰 전문경영인에게 그만큼 큰 신뢰를 보낸 셈인데 불필요한 세력다툼을 야기해 업무 효율성을 떨어트린다는 말도 나왔다.
시장에서는 정 회장이 취임한 지 1달이 다 되고 최근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재영입을 통해 사장단 인사에 시동을 건 만큼 올해 안에 굵직한 임원인사를 내 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 회장은 취임식 다음날인 10월15일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한 뒤 앞으로 인사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인사는) 항상 수시로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그룹을 이끌던 2019년 초 수시 임원인사체계를 도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