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인사는 권 행장이 취임 후 실시하는 첫 임원급 인사다. 권 행장은 올해 3월24일 임기를 시작했는데 우리은행 임원급 인사는 이미 2월에 마무리된 상태였다.
7월5일 진행된 하반기 인사에서도 임원급에서는 승진인사없이 DT추진단, 디지털금융그룹 등 부서 이동이 주를 이뤘다.
이번 인사부터 권 행장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앞으로 경영 전략의 가늠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 임원은 선임 전 지주사와 의견조율을 거쳐 은행장이 선임한다"고 말했다.
올해 은행권은 코로나19 등 대외적 상황으로 업황이 악화된 만큼 대부분 조직안정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외부적으로 경영여건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을 꾀하는 기조로 인사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권 행장도 올해 취임부터 수익성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온 만큼 기존 임원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소폭의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권 행장은 취임 당시 우리은행이 해외 파생결합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고객 신뢰회복이 해결 과제로 꼽혔다.
우리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 추천위원회도 2월 권광석 새마을금고 신용공제 대표이사를 우리은행장으로 내정하며 "권 대표는 우리금융지주 설립 뒤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을 처음 분리해 운영하는 상황에서 원활한 소통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적임자"라며 "은행의 조직 안정화를 이끌고 뛰어난 성과를 창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 행장은 3대 경영방침으로 고객신뢰 회복, 조직안정, 영업문화 혁신으로 삼고 내부를 추스르는 데 집중해왔다.
실제로 올해 3분기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우리은행의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은 1조166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 감소했지만 자산 건전성은 대부분 개선됐다.
자산 건전성 지표인 요주의여신은 0.04%포인트, 고정이하여신은 0.06%포인트, 연체율은 0.03%포인트 감소했다.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충당금은 11.7% 증가했다.
다만 권 행장이 내부 정비를 어느 정도 마친 만큼 대규모 임원급인사를 단행해 색깔 입히기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 행장은 통상 2년 임기를 부여받은 다른 은행장들과 다르게 2021년 3월까지 1년 임기를 부여받은 만큼 수익성에서도 경영실적을 입증해야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권 행장은 우리은행 투자은행그룹장,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 대표이사, 새마을금고 신용공제 대표이사 등을 거쳐 기업금융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우리은행 기업금융부문 영업 확대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올해 하반기 들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과 한국잡월드, 한국전력거래소 등과 주거래은행 계약을 맺고 단순 자금 관리를 넘어 금융서비스 전반을 지원하기로 했다.
디지털부문에서도 기업금융 영업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권 행장은 5일 기업금융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한 공급망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위해 '협력업체 공급망금융 전용상품'과 '비대면 계약관리서비스' 등을 준비하고 있다.
10월19일 서울 역삼동에 기업금융과 자산관리를 융합한 복합자산관리(PCIB) 센터도 개소했다. 복합자산관리는 프라이빗뱅킹(PB)업무와 기업·투자금융(CB·IB)업무를 결합한 고객서비스로 기존 개인고객의 자산관리 뿐만 아니라 법인고객의 자산관리와 자금조달까지 지원하는 종합 금융솔루션이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부행장들이 모두 임원으로 3년 동안 역임한 점도 인사 변화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은행권은 통상적으로 임원들에게 '2+1' 임기를 보장한다. 규정상 3년 넘게 임원으로 활동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임기가 마무리될 가능성도 충분한 셈이다.
이번에 임기를 마치는 13명 가운데 최홍식 부행장, 박화재 부행장, 신명혁 부행장 등은 3년 동안 임원직을 역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