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참전
권오갑은 대우조선해양에 인수 도전에 이어 현대중공업그룹의 몸집을 불리는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던졌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20년 9월28일 공시를 통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2020년 8월7일까지만 해도 현대중공업지주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검토하지 않았다는 공시를 냈다.
권오갑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참전을 결심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KDBI(한국산업은행인베스트먼트)가 재무적투자자로 나서면서 재무적 부담이 크게 줄었다. 매물로 나온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의 가치는 8천억~1조 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20년 상반기 말 별도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 유동화 가능한 매출채권 등 가용할 수 있는 현금여력이 2279억 원에 그쳤다. 재무적투자자와 컨소시엄을 맺지 않고 단독으로는 두산인프라코어를 탐낼 수 없었다.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법인 DICC가 안고 있는 최대 1조 원가량의 소송 배상금 리스크를 두산그룹이 짊어지기로 한 것도 권오갑의 마음을 움직인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재무적투자자들의 손에 넘어간다면 이익 실현을 위해 해외로 재차 매각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가 기간산업을 진행하는 기업집단으로서 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기계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위험성을 없애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 전략적투자자로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자칫 명분 쌓기처럼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의외로 설득력이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권오갑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 밑에서부터 경력을 쌓아 왔다”며 “범 현대그룹이 내세우는 ‘정주영 정신’을 권오갑도 계승한 만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시도에 산업보국의 의미가 없다고만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성공한다면 현대건설기계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계업계는 바라본다.
다만 GS건설도 사모펀드 도미누스프라이빗에쿼티와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 시도에 나선 만큼 인수전의 향방은 아직 알 수 없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안전경영
권오갑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산업재해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벗도록 하기 위한 칼을 빼들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20년 6월1일 각 계열사의 사업장의 안전시설 개선과 교육 관련 투자를 확대해 2023년까지 안전 관련 투자를 3천억 원 늘리는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그룹 조선계열사의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에서만 3년 동안 1600억 원을 투자한다.
현대중공업은 안전시설에서부터 작업절차, 조직, 근로자 교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안전체계를 근본적으로 점검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안전한 작업환경 구축에 반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안전위기관리팀도 신설해 모든 작업장에서 상시 안전점검 및 진단을 진행하면서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하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국내 최고수준의 외부 안전 전문가를 영입하고 안전 인증기관과 교수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혁신 자문위원단을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모든 노동자들에 안전 개선 요구권을 부여해 작업장에서 위험요소를 발견했을 때 즉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도록 했다. 노동자들의 안전의식을 끌어올리기 위해 협력사를 포함해 2만2천 명가량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특별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다른 계열사들도 현대중공업의 안전 강화조치를 따른다.
권오갑의 현대중공업그룹 안전경영 강화 시도는 2020년 들어 발생한 현대중공업의 산업재해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중공업은 울산 조선소에서 2020년 4월까지 사망자가 3명 발생했다. 모두 산업재해다.
고용노동부가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특별감독했으나 특별감독이 2020년 5월20일로 끝나자 다음날 곧바로 재해 사망자가 추가로 나왔다.
권오갑은 2020년 5월27일 현대오일뱅크 대산 공장의 정기보수 현장을, 2020년 6월8일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잇따라 방문해 현장 안전을 점검했다.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방문해서는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신현대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 이상균 현대중공업 조선사업 대표 사장 등 함께 움직인 경영진들에 경고하기도 했다.
당시 권오갑은 “공장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안고 안전경영에 임해야 한다”며 “안전관리 종합대책이 마련된 만큼 수시로 평가하면서 필요하다면 일벌백계하겠다”고 말했다.
△현대로보틱스 출범, 현대중공업지주는 순수 지주사로
현대중공업지주는 2020년 5월1일을 기일로 자체사업부문인 로봇사업을 물적분할해 현대로보틱스를 설립했다.
서유성 현대중공업지주 로봇사업부문 대표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현대로보틱스 대표이사를 맡았다.
애초 현대중공업지주는 2017년 현대중공업이 존속법인 현대중공업과 신설법인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등 4개 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지주사체제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현대로보틱스가 지주사 역할을 하면서 회사이름을 바꾼 것이다.
현대로보틱스가 다시 사업회사로 분할돼 현대중공업지주는 자체사업이 없는 순수 지주사가 됐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로보틱스를 이르면 2022년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2024년 매출 1조 원을 내는 회사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20년 6월16일 현대로보틱스의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도 유치했다. KT에 현대로보틱스 지분 10%를 매각해 500억 원을 받았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은 “앞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제품을 생산하는 것만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읽고 변화하는 데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KT와의 폭넓은 사업협력은 현대로보틱스뿐 아니라 현대중공업그룹 전체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투트랙체제 확립, 조선은 가삼현 에너지는 강달호
현대중공업지주는 2020년 3월25일 열린 제3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을 포함한 안건들을 모두 승인받았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주주총회에서 신재용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재선임안건도 처리했다.
로봇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100% 자회사 현대로보틱스를 설립하는 안건 승인도 이뤄졌다. 분할기일은 5월1일이다.
이날 주총에서 현대중공업지주의 2019년도 재무제표와 배당, 이사 보수한도 등 안건도 원안대로 통과됐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19년 연결 기준 매출 26조6303억 원, 영업이익 6666억 원을 거뒀다. 2018년보다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22.6% 줄었다.
2019년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1만8500원씩을 현금배당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20년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에 최대 34억 원을 보수로 지급한다. 2019년에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에 모두 9억6200만 원을 보수로 지급했다.
이번 주총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사업과 에너지사업의 리더가 명확해졌다.
권오갑은 2020년 신년사를 통해 현대중공업그룹의 목표로 ‘최첨단 조선, 에너지그룹으로 변신’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조선사업을 가삼현 사장에, 에너지사업을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에 맡겼다.
가 사장은 하루 앞서 열린 한국조선해양의 제4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새롭게 선임된 뒤 같은 날 열린 한국조선해양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에도 선임됐다.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에서는 물러났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조선사업의 주요 현안은 가 사장이 맡고 정유 등 에너지사업은 강 사장이 맡는 체계가 확립됐다”며 “권오갑 회장은 양대 사업부문을 총괄 지휘하는 역할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에 올라
권오갑은 2019년 11월 현대중공업그룹의 회장에 올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11월19일 그룹의 2019년도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이 임원인사를 통해 권오갑은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글로벌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고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그룹의 각종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더욱 확고한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며 “권오갑 회장은 그룹의 최고 경영자로서 역할에 더욱 충실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임원인사에서 전무 5명이 부사장으로, 상무 15명이 전무로, 상무보 19명이 상무로 각각 승진했다. 부장 35명의 상무보 신규선임도 실시됐다.
계열사 사장단 전원을 포함해 주요 계열사 경영진들은 대부분 유임됐다.
재계 안팎의 시선을 모았던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부사장의 사장 승진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기업결합심사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과 관련해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할 주요 나라로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유럽연합,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등 6개 나라를 선정했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9월4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과 관련해 일본 경쟁당국인 공정취인위원회에 심사신고를 위한 상담수속을 개시하면서 사실상 6개 나라의 기업결합심사를 한꺼번에 진행하고 있다.
앞서 7월1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낸 것을 시작으로 7월22일 중국, 8월15일 카자흐스탄, 9월2일 싱가포르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유럽연합과는 4월부터 신고 전 단계인 사전협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기업결합심사가 끝나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를 넘겨받는 인수합병의 실무작업을 진행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절차를 마무리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모든 절차가 끝나면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기존의 그룹 3개 조선사와 대우조선해양을 거느리게 된다.
2020년 10월28일 기준으로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경쟁당국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과 관련해 조건 없는 승인 결정을 내렸다.
조선업계는 유럽연합 경쟁당국의 승인 여부가 남은 한국, 중국, 일본 경쟁당국의 결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유럽연합 경쟁당국인 집행위원회는 2020년 6월 한국조선해양에 기업결합심사의 중간 심사결과를 통보했다. 가스선시장의 경쟁제한 우려만이 남았을 뿐 나머지 선박들의 독점 우려는 해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집행위원회는 결과 발표시한을 2020년 9월3일로 제시했다. 그러나 2020년 7월 유럽에서 코로나19가 재차 확산세를 보이자 심사를 일시 중단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2020년 10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2020년 말까지 아니면 2021년 초까지는 결정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EU 결정에 (현재 심사 중인) 나머지 국가도 따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올라
권오갑은 2019년 6월3일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사업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회사를 공식 출범했다.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인 권오갑이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까지 맡았다.
조영철 현대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과 주원호 현대중공업 중앙기술원장 전무도 함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권오갑은 2019년 6월11일 담화문을 내고 “한국조선해양은 조선업의 패러다임을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 중심의 산업으로 바꿀 것”이라며 “독보적 기술력을 확보하는데 모든 투자와 인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한 한국조선해양의 성공을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에 앞서 2019년 5월31일 현대중공업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현대중공업을 존속법인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과 신설법인 사업자회사 현대중공업으로 물적분할하는 안건을 승인받았다.
△KT와 손잡고 5세대 이동통신 기반사업 확대 추진
현대중공업지주는 KT와 로봇과 스마트팩토리사업에서 협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와 KT는 2019년 5월10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 로봇·스마트팩토리사업 공동 협력 체결식’을 열었다.
권오갑과 황창규 당시 KT 대표이사 회장이 직접 체결식에 참석했다.
두 회사는 앞으로 2~3년 동안 5세대 이동통신과 관련된 커넥티드 로봇, 호텔 로봇, 커피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을 개발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로봇과 자동화설비,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을 제공하고 KT는 5세대 이동통신과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통신인프라와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을 제공한다.
두 회사는 5세대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머신비전과 인공지능(AI) 분야의 연구개발, 공동개발 솔루션의 상품화와 영업 추진 등에서도 협력한다.
두 회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스마트팩토리시장을 함께 개척하고 글로벌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권오갑은 “KT와 함께 글로벌시장을 선도하는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개발할 것”이라며 “이번 협력이 대한민국 제조업의 수준과 위상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스마트팩토리는 5세대 이동통신 기업대기업(B2B)시장의 핵심 분야”라며 “현대중공업지주의 우수한 로봇 기술과 노하우가 합쳐진다면 이른 시일에 대한민국 제조업의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2019년 12월16일 그동안의 성과를 공개하는 워크숍을 여는 등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권오갑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조선업 불황을 극복하고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위상을 더욱 높이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2019년 3월8일 현대중공업과 KDB산업은행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를 위한 본계약을 맺었다.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을 통해 조선사업 중간지주사를 설립하고 산업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출자한 뒤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을 취득한다.
권오갑,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 등이 본계약식에 참석했다.
권오갑은 “계약서에 서명하면서 반세기 전에 정주영 명예회장이 허허벌판에 사진 한 장을 들고 조선업을 개척했던 순간이 떠올랐다”며 “생존을 위해 우리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양사체제가 되기를 정말 갈망하고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불안 등을 놓고 우려를 잘 알고 있고 충분히 이해한다”며 “인수절차가 완료되면 대우조선해양은 모든 면에서 현대중공업그룹과 동등한 권리를 지니고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나와 권오갑 부회장 모두 조선산업 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금의 적기를 놓치면 우리 조선업도 일본처럼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며 “앞으로도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말 수주잔량 기준으로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은 글로벌 1위, 대우조선해양은 글로벌 2위 조선사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수주잔량 점유율은 21.6%가 된다. 이는 글로벌 3위인 일본 이마바리조선의 3배를 넘는 수준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이 인수합병이 성사된다면 거대 조선사 사이의 경쟁이 사라져 조선업황의 불황을 돌파할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내다본다.
| ▲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이 2019년 3월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 체결식에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
△현대오일뱅크 상장 대신 아람코의 지분투자 유치
현대중공업지주는 자회사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을 잠시 미루고 대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지분투자를 유치했다.
2019년 1월28일 현대중공업지주는 아람코와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에 관해 1조8천억 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현대중공업지주의 현대오일뱅크 지분율은 71%로 낮아지며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2대주주가 된다.
2019년 4월15일 지분투자 계약의 세부내용이 확정됐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17%를 아람코에 1조3749억 원에 매각한다. 나머지 2.9%는 아람코가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보유한다.
최종 매각대금은 해외 관계당국의 기업결합 인허가가 끝나면 지급된다.
아람코는 이와 관련해 “현대오일뱅크는 고도화율이 40.6%로 업계 최고수준”이라며 “현대오일뱅크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차례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을 시도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고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이번 지분투자로 재무구조 개선의 활로를 연 대신 현대오일뱅크 상장 3수는 연기될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중공업지주 관계자는 “아람코와 사업협력은 향후 중동에서 발주되는 선박 및 해양플랜트 공사 수주 등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중동시장 개척을 통한 사업 확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지주 2018년 성적표
권오갑의 2018년 정유업황 부진으로 평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18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7조2566억 원, 영업이익 8614억 원을 거뒀다. 2017년보다 매출은 90.6%, 영업이익은 2.2% 늘었다.
매출 급증에도 영업이익이 크게 늘지 않은 것은 자회사 현대오일뱅크가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정유업황 부진으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018년 4분기에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 평가손실을 반영하면서 영업손실 1753억 원을 봤다.
다만 현대중공업지주는 로봇사업부문과 현대일렉트릭의 ICT(정보통신기술)부문의 호조에 힘입어 매출이 늘었다.
△현대중공업지주 자체사업 확대에 분주
권오갑은 현대중공업지주의 로봇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18년 10월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8 로보월드’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협동로봇과 다관절 소형 로봇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동안 대형 및 중형 로봇이 주력이었는데 소형 로봇으로 제품 라인업을 넓히고 시장의 반응을 가늠해 후속 제품 출시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산업용 로봇 수요가 높은 중국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18년 9월 말 중국 로봇업체인 ‘하궁즈넝’과 산업용 로봇 합자회사를 설립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합자회사를 통해 2019년 상반기까지 산업용 로봇을 연간 최대 2만 대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를 짓고 중국 다른 지역이나 개발도상국으로도 수출 확대를 노린다.
2018년 5월에는 네이버 기술 전문 자회사인 네이버랩스와 서비스 로봇의 개발 및 생산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현대중공업지주의 로봇사업부문은 2019년 본격적으로 스마트공장용 로봇을 지향하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19년 3월27일~2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 2019’에서 스마트공장 종합플랫폼인 ‘하이-팩토리(H!-FACTORY)’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2019년 5월10일에는 KT와 5G통신을 스마트공장에 접목하는 사업협력을 추진하는 협약도 맺었다.
권오갑은 현대중공업지주 로봇사업부문이 자생력을 보유했다고 판단하고 2019년 12월13일 로봇사업을 물적분할해 100% 자회사 현대로보틱스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현대로보틱스는 2020년 5월1일을 기일로 현대중공업지주에서 분할됐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회사 전환 마무리
권오갑은 수년 동안 별러오던 지주사체제 구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2018년 8월22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현대삼호중공업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투자회사를 현대중공업이 흡수합병하는 안을 의결했다.
당시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중공업지주→현대중공업(자회사)→현대삼호중공업(손자회사)→현대미포조선(증손회사)’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분할 및 합병을 거치면 현대중공업 아래에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나란히 자회사로 들어가게 됐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증손회사였던 현대미포조선이 손자회사로 위치가 바뀌게 되는 셈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은 일반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100%일 때는 예외) 분할합병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을 매입하기로 해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합병 뒤에는 현대중공업이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을 자회사로 직접 지배하며 중간 조선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주주와 투자자들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지주는 지주사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서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의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 안정적 지주사체제 구축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현대중공업그룹 신규수주 회복
현대중공업그룹의 신규수주는 2016년 바닥을 쳤다가 2017년부터 회복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사는 선박 수주영업을 그룹 단위로 진행한 뒤 선사의 요청 등을 고려해 각 선박이 건조될 조선사를 결정한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는 2018년 10월1일까지 선박 129척, 104억 달러어치를 수주했다. 상선부문의 연간 수주목표인 132억 달러의 79%를 채웠다.
수주한 선박을 선종별로 보면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16척,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12척, 에탄운반선 3척, 컨테이너선 47척, 유조선 47척 등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상선부문에서 2013년 200척, 139억 달러의 수주 실적을 올린 뒤 5년 만에 최대치를 달성했다. 2017년 같은 기간 103척, 62억 달러를 수주한 것과 비교하면 금액 기준으로 60%나 높다.
현대중공업은 2018년 10월 해양플랜트를 4년여 만에 수주하면서 해양부문에서도 수주가뭄을 이겨냈다.
현대중공업은 미국 석유개발회사인 엘로그 익스플로레이션으로부터 4억5천만 달러(5천억 원) 규모의 ‘킹스키(King's Quay) 프로젝트’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멕시코만에서 추진 중인 원유 개발사업을 위해 반잠수식 원유 생산설비(FPS) 1기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1년여 동안 설계작업을 거쳐 이르면 2019년 8월부터 제작에 들어간다.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일감을 따낸 것은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나스르(NASR) 원유 생산설비를 수주한 이후 47개월 만이다.
△현대중공업 경영 정상화 구원투수
권오갑은 현대중공업이 조선업황 악화로 위기에 빠진 2014년에 현대중공업 경영 정상화를 이끌 구원투수로 발탁됐다.
권오갑은 인력 감축을 포함한 현대중공업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이끌면서 현대중공업 노조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현대중공업 직원 수는 2014년 말 기준 2만8291명에서 2016년 9월 말 기준 2만3749명으로 4500명 이상 줄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12월 사무직 직원 1500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조선업황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2016년 5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생산직 희망퇴직도 추진했다.
권오갑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3사 임원 260여 명에게 일괄사표 제출도 요구했다.
2015년 11월에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하고 현대중공업그룹 모든 계열사 임원의 급여 전부 또는 일부를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낸 직원에게 최대 1억 원의 포상금을 주기로 하는 등 포상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권오갑은 2016년 10월 현대중공업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권오갑의 승진과 함께 강환구 당시 현대미포조선 사장이 현대중공업의 새로운 대표이사가 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당시 권오갑이 사업재편과 미래전략, 대외업무 등 그룹 전체를 이끌어가는 역할에 집중하고 강환구 사장은 생산과 설계, 안전 등 울산 본사의 내부경영에 전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오갑의 승진을 놓고 그동안 현대중공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힘쓴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권오갑의 승진이 정몽준 아산재산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전무로 경영권 승계를 안정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울산현대호랑이 축구행정
권오갑은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축구행정을 도맡았다.
권오갑은 2004년 울산현대호랑이축구단 단장을 맡은 뒤 2007년에는 울산현대호랑이축구단 대표이사가 됐으며 2009년에는 프로측구 울산현대축구단,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축구단 등을 관리하는 현대중공업스포츠 대표도 맡았다.
2013년에는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대의원들의 만장일치로 총재로 추대됐다.
권오갑은 2017년 2월에 열린 프로축구연맹 임시 총회에서 새로운 총재후보가 나오지 않자 새 총재에 다시 선출돼 총재를 연임하고 있다. 권오갑의 프로축구연맹 총재 임기는 2021년 2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