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노사관계가
정의선 회장시대에는 바뀔 것인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기아자동차와 현대제철이 노사관계 변화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일 현대차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대차 주요 계열사 가운데 특히 기아차, 현대제철이 올해 임단협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기아차지부(기아차 노조)는 회사와 올해 임단협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해 뒀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기아차는 합법적으로 쟁의권을 확보해 파업 등의 쟁의행위에 들어갈 수 있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5일 2차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가 끝난 뒤에 조정중지와 관련한 결정이 나올 것"이라며 파업을 예고했다.
현대제철도 회사와 임단협 관련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해 뒀다. 쟁의행위와 관련해서는 9일부터 11일까지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두 회사 노조가 사실상 파업 수순을 밟으면서 노사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기아차와 현대제철 노조가 파업을 단행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회사측으로부터 제시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임금 및 단체협상은 노조의 요구안과 회사의 제시안이 올라온 뒤부터 협상을 통해 맞춰가는 형태로 진행된다. 하지만 두 노조 모두 아직까지 회사의 일괄제시안을 받지 못하자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기아차는 노조에 통보하지 않고 3분기에 1조 원이 넘는 품질 충당금을 반영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은 데다 사측의 일괄 제시안을 받지 못한 점에서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않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임단협 기간에 사측이 대규모 품질비용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것과 관련해 조합원들의 배신감이 크다”며 "이번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투표율이 높았던 점도 이런 현장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 최종태 전국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 |
하지만 정 회장이 최근 노사관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만큼 기아차와 현대제절 사측이 전향적 제시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나온다.
정 회장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과 달리 이례적으로 현대차 노조 위원장을 만나 노사화합을 강조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노사관계를 예고했다.
정 회장은 10월30일 울산공장에서 이상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을 만나 “노사관계 안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회장으로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11월 이전에 2020년 임단협을 마무리하면서
정의선시대 달라진 노사관계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기아차와 현대제철 노사도 임단협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협상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기아차 노조는 올해 파업을 하게 되면 9년 연속 파업이라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부담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이 노조를 설득할 제시안을 내놓는다면 협상에 응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아직까지 쟁의행위와 관련해 구체적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회사의 제시안을 보고 먼저 협상을 진행할지 중앙대책쟁의위원회를 열고 쟁의행위를 진행할 지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노사관계의 변화가 있을지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현대제철 노조 관계자는 “그룹 전반의 노사관계 전환이 이뤄질지는 시간이 흘러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