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이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채권 발행시장에서 굳건한 선두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김성현 KB증권 각자대표이사 사장은 KB증권이 채권자본시장(DCM)에서 지닌 강점을 바탕으로 ESG채권 발행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왔는데 시장이 본격화하면서 선점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증권은 2020년 일반기업이 발행한 3건의 ESG채권(주택저당증권, 공사 및 공단채, 금융채 제외)에서 모두 대표주관을 맡았다.
발행규모를 살펴보면 롯데지주 500억 원, TSK코퍼레이션 1100억 원, 한국중부발전 1100억 원이다.
KB증권은 이들이 발행한 2700억 원 규모의 ESG채권 가운데 절반 이상인 1575억 원을 인수했다.
KB증권은 2013년부터 전체 채권 발행시장에서도 주관규모 1위 자리를 7년 동안 유지하고 있다. 올해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260여 건의 채권 발행을 대표주관하며 8년 연속 1위가 유력하다.
김 대표는 채권 발행 강점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친환경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혀 ESG채권 발행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증권은 김 대표의 주도 아래 친환경에너지 금융 전문가를 외부에서 확충하고 솔라시도 태양광발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금융주선 등 꾸준하게 환경사업 관련 이력을 쌓아왔다.
이 밖에 10월 KB증권이 대표주관한 1100억 원대 ESG채권의 발행회사인 한국중부발전과 함께 '새만금 육상태양광 3구역 발전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ESG채권은 프로젝트 평가와 선정절차, 자금의 관리 등 부문에서 일반채권과 다른 관리체계를 지니고 있어 환경사업이나 사회적 투자부문에서 채권 발행이력이나 전문 컨설팅 역량 등이 주관사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찍부터 ESG채권 발행시장 선점에 나섰던 KB증권이 다른 증권사와 비교해 ESG채권 주관경쟁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KB증권은 2019년 말 기준 국내 원화 표시 ESG채권 발행액 약 3조9000억 원(주택저당증권 등 제외) 가운데 약 49%를 주관하며 ESG채권 발행시장에서 선두를 달려왔다.
국내외에서 ESG채권 발행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김 대표는 현재의 입지를 바탕으로 바탕으로 시장을 공략하는데 주력할 것 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글로벌 ESG채권 발행 금액은 약 2800억 달러로 전년도 발행금액의 92.8%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공기업과 은행권 등을 중심으로 ESG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한국지배구조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국내에서 발행된 녹색채권은 13조7천억 원으로 2018년(4조5500억 원)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일반기업의 ESG채권 발행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그린뉴딜정책으로 투자자들이 ESG에 보이는 관심이 커지고 조달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태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이 10월 국내 원화 ESG채권 72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약 75% 이상의 채권은 발행기업에 우호적으로 금리가 매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신규발행된 국내 ESG채권과 비슷한 만기를 지닌 채권을 비교했을 때 ESG채권의 가격이 더 높은 '녹색 프리미엄' 현상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ESG채권 발행량이 적어 상황적 증거제시에 그친다고 이 연구원은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발행기업 입장에서 녹색 프리미엄이 크다면 조달금리가 절감되기 때문에 ESG채권을 발행할 유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ESG채권시장의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용평가사를 중심으로 평가기준을 갖추기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10월29일 ESG채권 인증평가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첫 인증사업으로 10월 한국중국발전이 발행한 ESG채권을 평가하고 가장 높은 등급인 'STB1'를 부여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ESG채권 가이드라인 제정과 적격 평가기관의 선정은 투자자와 발행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거래비용을 감소시킨다"며 "궁극적으로는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다른 신용평가사들도 ESG채권 평가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