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LG이노텍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LED사업부의 일반 조명용 LED제품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 자동차용 LED조명 분야에 관한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정 사장은 자동차용 LED조명이 일반 LED조명보다 수익성이 좋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에 쓰이는 부품들은 자동차기업의 엄격한 품질기준을 통과해야 하지만 다른 분야의 동종 부품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수익성과 성장성 등 여러 측면에서 LED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고부가 제품인 자동차용 조명 모듈에 역량을 집중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자동차용 LED의 시장성은 밝은 것으로 파악된다.
LED조명은 기존 자동차에 쓰이던 할로겐 및 제논 조명보다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 광원 크기도 더 작아 이전의 둥그스름한 모양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 여러 차종에서 전조등, 후미등, 방향지시등과 같은 외부 조명에 LED를 채택하고 있다. 또 여러 형태의 디스플레이와 조명을 요구하는 자율주행차 등 지능형 자동차에도 LED조명이 폭넓게 쓰인다.
시장 조사기관 욜디벨롭먼트는 자동차용 조명시장이 2018년 289억 달러에서 2023년 373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LED가 2025년까지 자동차용 조명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자동차용 LED조명의 기술 과제’ 보고서에서 “LED는 응답속도가 빠르고 수명이 길어 자동차용 광원으로 전량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과 같은 첨단 지능형 자동차용 조명기기의 채용도 확대되고 있어 향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줄 것이다"고 말했다.
정 사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다시 한 번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2018년 11월 LG이노텍 대표이사에 오른 뒤 냉장고용 열전모듈, 스마트폰용 무선충전기, 전자가격표시기(ESL), 인쇄회로기판(PCB) 등 비중이 크지 않거나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부진한 사업들을 차례대로 정리해 왔다.
대신 주력사업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데 힘썼다.
애플을 고객사로 확보해 가장 실적비중이 큰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쪽에 지속해서 투자했고 최근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통신용 반도체기판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정 사장은 9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최고의 부품업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부품’을 개발한다"며 “해외와 비용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없앤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LG이노텍 자동차용 LED 조명 '넥슬라이드-HD'가 적용된 외장 램프 모형. < LG이노텍 >
정 사장의 전략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LG이노텍 영업이익은 2018년 연결기준 2635억 원이었는데 2019년에는 4031억 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영업이익 5천억 원 후반에서 6천억 원 초반 수준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2년 사이 2배 넘는 성장을 이루는 셈이다.
정 사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자동차용 LED 조명으로 선택과 집중을 이어가려는 것이다.
LG이노텍은 자동차용 LED조명 제품군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2018년 11월 얇고 긴 선으로 조명을 구현하는 ‘넥슬라이드-L’을 선보였다. 2019년 8월에는 자유로운 디자인이 가능한 ‘넥슬라이드-HD’를 개발한 뒤 고객사 확보에 힘쓰고 있다.
최근 자동차산업에서 코로나19 영향이 잦아드는 만큼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자동차용 LED조명 판매 확대에 따른 실적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부진했던 LED사업에서 철수한다는 결정 자체도 LG이노텍 수익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왕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 LED사업부의 연간 영업적자는 2018년 340억 원 수준에서 2019년 830억 원, 2020년 1천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LED사업부 철수는 2021년 LG이노텍 이익에 큰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