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 KT엠모바일 대표이사가 알뜰폰사업을 두고 같은 그룹 계열사 KT스카이라이프와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그룹 계열사 재편에 속도를 내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KT스카이라이프가 알뜰폰사업의 닻을 올리면서 경쟁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1일 알뜰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KT엠모바일은 2030세대 젊은 고객을 겨냥한 마케팅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KT엠모바일은 젊은 세대에서 특히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이용이 늘어난 데 따라 KT의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시즌’을 기본상품으로 제공하는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은 데 이어 데이터 속도 제한 요금제에 왓챠 무료 이용권을 제공하는 등 관련 혜택을 늘리고 있다.
또 고용량 데이터 요금제 등을 출시하며 요금제 유형을 세분화해 각자의 소비패턴에 따라 요금제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선택하는 2030 고객들을 공략하고 있다.
박종진 사장이 2030세대에 집중하는 데는 젊은층이 알뜰폰시장의 새로운 소비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지만 KT스카이라이프와 차별화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KT스카이라이프는 위성방송사업자로 사업 근거지가 도심보다는 외곽에 있고 젊은 세대보다는 나이가 있는 고객층이 두텁다.
또 KT스카이라이프가 알뜰폰사업에 진출한 이유도 비어있던 모바일통신서비스를 추가해 위성방송, 인터넷서비스와 합쳐 방송통신서비스 전체를 아우르는 결합상품을 판매하면서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고 유료방송시장 가입자 수를 방어하겠다는 데 있다.
그러나 KT엠모바일은 알뜰폰 전문 사업자라는 측면에서 이런 KT스카이라이프와는 사업적으로 차이가 있다.
2030세대는 KT엠모바일이 시장에서 1위를 사수하기 위해 꼭 붙잡아야 하는 대상이다.
최근 자급제 스마트폰에 알뜰폰 요금제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통신서비스 사용하는 20~30대가 늘어나면서 알뜰폰은 ‘효도폰’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기존 이동통신사들의 5G통신서비스 품질과 높은 요금제에 관한 불만, 자급제폰시장의 성장, 온라인 셀프개통 등 비대면 통신서비스의 발달로 오히려 젊은 세대에서 알뜰폰이 인기를 얻고 있다.
KT엠모바일도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이런 추세에 발맞춰 올해 10월27일 서울 서대문구에 알뜰폰 전용 오프라인 홍보관을 열고 이용자 접점을 넓히며 알뜰폰시장의 고객 저변을 확대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알뜰폰스퀘어에서는 맞춤형 요금제를 검색하고 셀프 개통도 할 수 있고 다양한 스마트폰 단말기기를 체험할 수 있다. 스마트폰 외에도 사물인터넷(IoT)기기, 가상현실(VR) 콘텐츠 체험도 가능하다.
KT엠모바일은 올해 상반기 기준 알뜰폰시장 점유율이 10%를 넘어서며 기존 업계 1위였던 LG헬로비전을 앞질렀다. LG헬로비전은 2020년 상반기 기준 알뜰폰시장 점유율이 8.5%로 집계됐다.
하지만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LG헬로비전이 CJ헬로와 기업통합 과정을 마치고 LG유플러스와 시너지를 앞세워 알뜰폰 가입자 유치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데다 기존 이동통신사뿐 아니라 KB국민은행, 네이버, 현대기아차 등 비통신기업도 알뜰폰시장을 넘보고 있다.
이에 더해 KT스카이라이프도 알뜰폰시장에 진출하면서 KT엠모바일은 안팎으로 경쟁자가 늘어났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은 3월과 5월 비공개 간담회에서 그룹사의 사업재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데 이어 최근 취임 7개월 만에 연 ‘KT 경영진 간담회’에서 다시 한 번 그룹 계열사 재편을 놓고 의지를 밝혔다.
박 대표는 청주 신흥고등학교와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 1992년 KT에 입사했다. KT에서 제천전화국과 KT충북본부를 거쳐 줄곧 본사 마케팅부서에서 요금전략과 결합상품 기획업무를 담당했다.
KT의 시내·시외전화 요금, ‘인터넷올라잇’, ‘LTE 뭉치면 올레’ 등도 박 대표가 주도해 기획한 상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