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이 5G통신 스마트폰을 프리미엄에서 최하위(엔트리) 모델까지 확대한다.
화웨이 스마트폰사업이 미국 제재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애플이 첫 5G스마트폰을 내놓는 등 5G스마트폰 주도권 다툼이 칠여해지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0일 삼성전자의 분석에 따르면 2021년 세계 전체 5G스마트폰 출하량은 5억 대를 넘어 6억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5G스마트폰 출하량이 2억 대 중후반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놓고 보면 2배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는 셈이다.
통신장비기업 에릭슨도 2025년까지 세계 5G통신 가입자가 28억 명으로 늘어나 전체 모바일서비스 가입자의 30%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5G스마트폰 고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노태문 사장은 더 많은 스마트폰에 5G를 탑재해 세계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동안 갤럭시S, 갤럭시노트 등 프리미엄 모델과 갤럭시A 같은 일부 중급 모델에서만 5G를 제공했는데 앞으로는 갤럭시M, 갤럭시F 등 엔트리 제품에도 5G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그동안 쌓아온 5G 최적화 역량을 바탕으로 프리미엄부터 엔트리급까지 5G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라인업을 운영하고 고객 선택폭을 넓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노 사장은 화웨이와 애플, 샤오미 등 글로벌 스마트폰기업들과 경쟁에 대비해 5G스마트폰 확대를 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조사기관 캐널라이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세계 스마트폰시장 점유율 23.0%를 차지하며 화웨이로부터 1위를 되찾았다. 스마트폰 출하량은 8천만 대가량으로 전 분기보다 무려 50% 가까이 늘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20 시리즈 등 새 스마트폰을 출시해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스마트폰 수요를 차지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앞으로도 삼성전자가 이런 3분기의 호조를 이어갈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가장 큰 경쟁자인 화웨이가 스마트폰사업에서 기사회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현재 화웨이는 미국 정부가 9월부터 시행한 반도체 제재로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미국 장비나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를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하면 스마트폰 생산은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궈핑 화웨이 순환회장은 9월29일 ‘화웨이커넥트 2020’ 기조연설에서 “화웨이는 현재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생존해 나가는 것이 목표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외국언론에서는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관한 제재를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9일 미국 정부가 반도체기업들에 5G통신장비에 사용되는 것을 제외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도록 허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가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확보할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일본 이미지센서기업 소니와 옴니비전이 최근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 공급을 허가받았다.
IT매체 폰아레나는 제프리 투자은행 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해 “퀄컴과 미디어텍이 올해 말부터 화웨이에 반도체를 판매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화웨이 스마트폰사업의 회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른 스마트폰기업들도 삼성전자에 위협적이다.
▲ 애플 첫 5G스마트폰 아이폰12프로. <애플> |
애플은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첫 5G스마트폰 아이폰12 시리즈 판매에 들어간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를 유인하기 위해 기존 아이폰 사용자는 물론 갤럭시S 시리즈 사용자를 대상으로도 보상판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 화웨이와 함께 안드로이드 진영에 속한 샤오미는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40% 이상 늘어나면서 처음으로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점유율 3위에 올랐다.
노 사장은 이처럼 만만찮은 경쟁자들을 상대로 스마트폰사업의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5G스마트폰 라인업을 확대해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 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는 상반기 세계 5G스마트폰시장에서 매출기준 점유율 1위(22%)를 차지해 74억8천만 달러(8조5천억 원)를 벌어들였다.
노 사장의 5G스마트폰 확대전략은 삼성전자 전체 실적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과 통신장비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IM부문은 3분기 매출 30조 원가량을 냈다. 매출만 보면 반도체부문(18조8천억 원)보다 훨씬 큰 4실적을 거뒀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