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성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신차효과를 앞세워 RV(레저용차량) 판매를 늘리고 같은 차량에서도 높은 트림(등급) 차량 판매비중을 높이며 수익성 높이기의 토대를 단단히 다져가고 있다.
송 사장은 올해 K5와 쏘렌토에 이어 내년에도 신형 ‘스포티지’와 ‘K7’로 상승세를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27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기아차는 3분기 높아진 평균판매가격(ASP)에 힘입어 1조 원이 넘는 품질비용을 반영하고도 2천억 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차 3분기 실적은 깜짝실적 이상의 깜짝실적”이라며 “놀라운 평균판매가격 증가가 실적 하락을 방어했다”고 파악했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기아차는 판촉비 감소와 평균판매가격 확대가 기대 이상의 실적을 이끌었다”며 “기아차는 4분기 이후에도 신차 판매를 늘리며 평균판매가격을 지속해서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평균판매가격은 말 그대로 차량 1대의 평균 판매가격으로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아차는 평균판매가격이 국내와 해외 모두 지속해서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3분기 국내 평균판매가격은 2770만 원을 보였다. 1분기 2530만 원, 2분기 2680원에서 매분기 100만 원 내외로 올랐다. 지난해 평균판매가격인 2490만 원과 비교하면 11.2% 상승했다.
3분기 해외 평균판매가격은 1만8400달러로 집계됐다. 1분기 1만6400달러, 2분기 1만8200달러에서 매분기 증가세를 이어간 것으로 지난해 평균판매가격인 1만6100달러와 비교하면 14.3% 올랐다.
평균판매가격 상승은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을 포함한 레저용차량 판매 확대와 높은 트림 판매 증가가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기아차는 3분기 레저용차량이 전체 판매차량의 57.8%를 차지했다. 2019년 3분기보다 9.2%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기아차는 첨단 운전보조장치나 첨단 내비게이션 등을 고급 트림에 넣는 전략을 썼는데 이에 따라 고급 트림 판매도 크게 늘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런 전략으로 평균판매가격을 크게 높였는데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텔루라이드만 보더라도 최상위 트림을 선택하는 고객 비중이 3분기 32%로 1년 전 14%에서 18%포인트 확대됐다.
주우정 기아차 재경본부장 전무는 26일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3분기 판매와 수익구조를 놓고 볼 때 디자인을 포함한 제품 전반의 혁신과 개선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면서 고객군이 상향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기아차 기초체력(펀더멘탈)에 변화가 나타난 것인데 이런 현상은 단기적이나 지엽적, 국지적으로 볼 게 아니라 중장기적 노력으로 얻어낸 구조적 변화”라며 앞으로 실적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송호성 사장은 지금의 단단한 실적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송 사장은 코로나19로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부진하던 올해 3월 기아차 사장에 올라 그동안 판매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송 사장은 기아차 유럽시장 확대를 이끈 전문경영인으로 해외사업 전문가로 평가되는데 3분기에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몇몇 해외 주요시장에서 판매를 늘리기도 했다.
기아차는 3분기에 현대차와 달리 미국, 서유럽, 중국 등에서 판매가 증가했다.
송 사장은 내년에는 준중형SUV인 신형 스포티지와 준대형세단인 K7로 좋은 판매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내년 스포티지와 K7 출시를 공식화했다. 스포티지는 2015년 4세대 이후 나오는 5세대 완전변경 모델, K7은 2016년 2세대 이후 나오는 3세대 완전변경 모델이다.
▲ 송호성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8월13일 경기 광명 소하리 공장을 찾아 출시를 앞둔 신형 4세대 카니발의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
송 사장은 신형 스포티지와 신형 K7을 향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스포티지는 기아차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량으로 9월에도 3만4천 대가 판매되며 기아차 판매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기아차는 국내뿐 아니라 슬로바키아 공장, 미국 공장, 러시아 공장에서도 스포티지를 생산해 세계 각국 수요에 대응하고 있어 신차가 나온다면 글로벌 판매 확대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K7은 올해 K5에 1위를 내줬지만 지난해만해도 국내에서 5만6천 대가 팔려 기아차 세단 판매 1위에 오른 기아차의 주력 세단이다.
송 사장은 K7로 올해 국내 자동차 판매 1위가 예상되는 현대차 준대형세단 그랜저를 잡을 수도 있다. K5는 올해 처음으로 현대차 쏘나타를 제치고 국내 중형세단 판매 1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송 사장은 6월 대표이사에 오른 뒤 3개월 동안 화성 공장, 소하리 공장, 광주 공장 등 기아차의 국내 생산기지를 모두 둘러보며 경쟁력 강화를 다짐하기도 했다.
송 사장은 8월 경기 광명 소하리 공장을 찾아 “기아차의 오랜 생산 경험과 전통을 기반으로 글로벌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맞춤형 차량과 차별화된 모빌리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