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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판매 3천만대 시대, 정몽구의 기아차 고민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5-19 15: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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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적판매 3천만대 시대, 정몽구의 기아차 고민  
▲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지난 3월 초 슬로바키아 질리나에 위치한 기아자동차 현지 공장을 방문해 전략차종의 품질을 임직원들과 함께 점검하고 있다.

기아자동차가 자동차 판매량 누적 3천만 대를 눈앞에 뒀다. 지금까지 팔았던 차를 한 줄로 세우면 지구를 세 바퀴 반 돌 수 있을 정도다. 기아자동차는 올해가 창립 70주년을 맞기 때문에 더욱 뜻깊은 기록이다.


기아차는 1962년 우리나라 최초의 삼륜구동차 ‘K-360’을 생산하면서 자동차산업에 발을 내디뎠다. 외환위기 당시 부도가 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현대차그룹에 편입되면서 재탄생했다. 이후 빠른 성장을 거듭해 현재는 ‘현대기아차’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아차는 19일 이달 안으로 글로벌 차량 누적판매 3천만 대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말까지 기아차는 총 2990만 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올해 국내외 월평균 판매량이 약 26만 대인 것을 생각하면 곧 3천만 대 고지에 오를 것이라고 기아차 관계자는 말했다.

기아차가 지금까지 판매한 3천만 대의 자동차를 주력차종인 K5 기준으로 줄지어 세울 경우 4만km인 지구 둘레를 3.6바퀴 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고속도로인 경부고속도로(416km)도 175번 왕복하는 수준이다.


기아차의 단일차량 모델 중 누적판매량이 가장 높은 것은 1987년 출시한 ‘프라이드’다. 프라이드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총 346만 대가 팔렸다. 그 뒤를 1993년 나온 전 세계 최초 승용형 SUV ‘스포티지’(311만 대)와 2002년 시장에 선보인 중형 SUV ‘쏘렌토’(202만 대)가 이었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기아차가 지난 1998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것이 성공의 계기였다고 평가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전체 누적 판매량 2990만 대의 75%에 이르는 2259만 대가 2000년부터 올해 4월 말까지 판매됐다”고 말했다.

이런 기아차의 회생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공이 크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기아차는 1990년대 들어 자동차업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내리막길을 걷다가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았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아차를 사들인 사람이 정 회장이었다.


정 회장은 기아차를 인수한 뒤 직접 생산공장을 방문하는 등 기업회생에 공을 들였다. 엔진공장 신규 건설과 현대자동차 플랫폼 공유를 지시했고 작업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도 병행했다.


기아차는 부도 후 1년8개월 만인 2000년 85만5700대로 대우자동차를 제치고 업계 2위에 올라섰다. 그해 흑자를 기록하며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경영 정상화에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뜨렸다.

2007년 주창된 ‘디자인 경영’도 오늘의 기아치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 당시 기아차 사장이었던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직접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현 현대기아차 디자인 담당 사장)를 영입해 부사장에 임명했다.


슈라이어 사장이 호랑이의 코와 입을 모티브로 기아자동차 전 모델에 도입한 ‘호랑이코 그릴’은 이후 기아차의 상징이 됐다. 기아차는 2009년 ‘쏘울’이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상’을 탄 이래 5년 연속 수상하는 등 디자인을 놓고 호평을 받았다.


해외시장에서 판매량도 꾸준히 늘어났다. 1975년 소형 상용차 ‘브리사 픽업’ 10대를 수출한 이래 기아차는 현재 전 세계 약 170개 국가에 자동차를 팔고 있다. 올해 4월 말까지 해외에 판매한 자동차 누적 대수는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1360만 대에 이른다.


기아차는 2000년대 들어 현지공장의 생산량을 늘리면서 해외 판매량 증가에도 박차를 가했다. 한 관계자는 “현재 중국 74만 대, 유럽 30만 대, 미국 30만 대 총 144만대 해외생산 능력을 확보했고 해외 현지법인 18개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리스크에 취약한 것은 기아차의 숙제다. 내수시장이 크지 않아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2002년 51%였던 해외판매 비중이 지난해 84%까지 늘어났다고 했다. 엔저 정책이 계속되면서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수익성이 올라가고 있는 것도 불안요소다.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환율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과 해외생산 체제 구축으로 어느 정도 내성을 쌓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엔저 날개를 단 일본 업체들과 가격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 버겁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시장에 영향을 주는 원-달러 환율은 회사 실적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달 들어 원화 가치가 1달러당 1020원대까지 하락하자 기아차도 영업이익률이 5%대까지 떨어졌다. 기아자동차 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회사 연간 매출액이 800억 원 줄어든다고 추정했다.


그나마 기반이 되는 내수시장 점유율이 줄고있는 것도 기아차의 고민이다. 기아차는 그동안 현대차와 함께 내수시장의 70%를 차지해왔다.

그러나 수입차 열풍이 불면서 국내시장에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의 총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시기보다 20% 늘었다. 상대적으로 기아차의 국내시장 주력 차종인 K5는 2012년보다 판매량이 19.2% 떨어지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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