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KB국민은행장이 재연임에 성공하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이을 다음 회장 경쟁구도에서도 한층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KB금융지주는 20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 추천위원회를 열고 다음 KB국민은행장 후보로
허인 은행장을 선정했다.
11월 은행장후보 추천위원회의 심층면접 등 최종심사와 추천을 거쳐 은행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KB국민은행에서 은행장이 재연임하는 것은 허 은행장이 처음이다. 이번 재연임으로 허 은행장은 4년 넘게 KB국민은행을 이끌게 됐다. 시중은행에서 4년 동안 자리를 지키는 건 최근 들어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코로나19와 디지털 전환 등 금융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세대교체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허 은행장이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연임하면서 ‘포스트
윤종규’ 구도에서도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이나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 등 경쟁자들보다 한 발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KB국민은행이 KB금융그룹 전체 순이익의 70%를 내고 있어 은행장이 2인자로 여겨지는 만큼 이번 재연임은 의미가 더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은행장 선임이 다음 회장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로 주목받았는데 허 은행장이 이변 없이 자리를 지켰다”며 “다만 윤 회장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연임하는 건 어려운 만큼 내년 등 적당한 시기에 지주에서 중책을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허 은행장이 이끈 3년 동안 KB국민은행은 신한은행을 제치고 순이익 1위를 되찾았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던 해외사업에서도 큰 성과를 내고 부실 사모펀드 사태를 피하면서 리스크 관리 능력도 보여줬다.
윤 회장과도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고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허 은행장은
윤종규 회장이 취임한 뒤 은행장을 맡은 유일한 인물이다. 3년 전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할 때부터 두 사람의 호흡에 금융권의 관심이 높았는데 3년 동안 별다른 잡음이 나오지 않았다.
허 은행장의 남은 1년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는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고 초저금리 기조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탓이다.
특히 KB금융그룹 전체가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KB국민은행의 어깨도 한층 무겁다. 허 은행장은 2018년 12월 KB금융지주 인사에서 새롭게 신설된 디지털혁신부문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허 은행장은 1961년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장기신용은행에 입사했다가 외환위기 당시 회사가 합병되면서 KB국민은행에 합류했다. 기업금융 실무는 물론 영업과 함께 여신심사와 경영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2017년
윤종규 회장이 3년 동안 겸직했던 은행장 자리를 이어받았고 2019년, 2020년 두 차례 1년 임기의 연임에 성공했다. 옛 장기신용은행 출신 가운데 첫 은행장이기도 하다.
처음 은행장으로 선임될 당시 유일한 1960년대 출생이라는 점에서 은행권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나 어느새 시중은행장 가운데 가장 맏형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