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일본 메모리반도체 기업 키옥시아는 10월로 예정했던 상장계획을 철회하고 시장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키옥시아는 1분기 기준 글로벌 낸드시장 점유율 19%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올라있는 회사다.
하지만 화웨이 제재 등으로 반도체업황이 둔화하면서 기업공개를 진행하기 좋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키옥시아의 전신은 도시바의 반도체사업부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미국 베인캐피털 등과 함께 한미일연합 컨소시엄을 구성해 키옥시아 인수에 참여했다. SK하이닉스는 인수 펀드 출자액과 전환사채 등을 합쳐 4조 원가량을 투자했다.
최태원 회장은 당시 수 차례 일본 출장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도시바메모리와 협력은 SK하이닉스의 반도체사업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언제든 기술 개발에 협력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직접 도시바 경영진을 만나 인수를 논의하고 인수 이후 투자와 고용을 지속하겠다며 설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수전이 불리하게 흘러가자 베인캐피털 등과 합종연횡도 이뤘다.
하지만 키옥시아 인수구조는 SK하이닉스에게 다소 불리한 형태였다. 기술 유출 방지 등을 이유로 SK하이닉스는 10년 동안 지분을 15% 이상 늘릴 수 없고 핵심기술 정보에도 접근할 수 없었다. 낸드사업에서 경영상 시너지가 나기 어려웠다.
여기에 키옥시아가 한 차례 상장에 실패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도 잃었다.
키옥시아가 올해 초 상장을 추진할 때 키옥시아 기업가치는 3조5천억 엔까지 기대돼 한미일 컨소시엄이 인수할 때(2조 엔)보다 올랐다. 예정대로 상장이 진행됐다면 SK하이닉스도 투자이익을 얻을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기업가치가 1조5천억 엔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키옥시아가 상장을 재추진하면 SK하이닉스는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인텔 메모리사업부를 인수하는 데 10조 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4조 원 수준인 키옥시아 지분을 정리해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