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임기를 보름 정도밖에 남겨두지 않고 있지만 다음 이사장 선임은 안갯속이다.
새로운 이사장 취임 때마다 불거졌던 외부인사 논란과 노조의 반대 등이 또 다시 반복될지, 정 이사장이 연임을 하게 될지 시선이 몰린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새로운 이사장을 선임하기 위한 절차가 다소 늦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3년 전 이사장 선임 때와 비교해 일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맞다”며 “늦춰지는 이유와 관련해 따로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의 이사장은 후보 공모와 이사후보 추천위원회의 서류심사 및 면접을 거친 뒤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이 과정은 보통 한 달가량 걸린다.
정 이사장은 2017년 11월2일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올랐고 공식적으로 3년의 임기는 11월1일 끝난다.
현재 이사장의 임기가 보름 정도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아직 이사장 후보자 모집 공고조차 나오지 않은 것은 드문 일로 비춰진다.
새로운 이사장 선임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로 노조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신중한 행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그동안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경제관료출신 인물이 주로 맡았다.
이 때문에 외부인사가 새 이사장으로 취임할 때마다 한국거래소 노조가 ‘낙하산인사'라고 반발하는 일이 되풀이됐다.
정 이사장과 전임자인 정찬우 전 이사장도 외부인사라는 점을 들어 노조가 반발했고 이에 취임식이 미뤄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한국거래소는 2017년 정 이사장을 선임할 때 당시 거래소를 이끌던 정찬우 전 이사장이 8월17일 물러나겠다는 뜻을 보인 데 따라 8월부터 신임 이사장 인선작업을 시작했다.
한국거래소는 9월 안에 새로운 이사장 선임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노조에서 후보자 선임 과정에 문제를 제기한 탓에 후보 추가 공모를 진행했고 일정이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거래소는 10월 말이 돼서야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장을 선임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노조의 반발에 부딪히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후보을 찾는 데 신중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새 이사장 후보로 거명되는 인물은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도규상 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다. 한국거래소 내부인사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지는 않고 있어 이대로라면 노조의 반발을 피할 수 없다는 시선이 나온다.
새 이사장 선임절차가 이례적으로 미뤄지는 또 다른 이유를 놓고 정 이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한국거래소의 정관 제21조 1항은 ‘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하며 1년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정 이사장이 취임 이후 △해외거래소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고 △코스닥시장 활성화에 힘을 쏟은 점 △특례상장제도 활성화 등 성과를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할 수도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다만 역대 한국거래소 이사장 가운데 김봉수 전 이사장이 3년의 임기를 마친 뒤 연임에 성공했지만 6개월 만에 물러난 것을 제외하면 연임 사례가 없다.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정 이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아직까진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