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욱 쏘카 대표이사 겸 VCNC 대표이사가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의 성장발판으로 삼기 위해 대리운전 중개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대리운전 중개시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 SK텔레콤 등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 박재욱 쏘카 대표이사 겸 VCNC 대표이사. |
19일 쏘카에 따르면 올해 안에 대리운전 중개서비스 ‘타다 대리’를 내놓는데 필요한 운전기사 모집 등 사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타다 대리는 이용자가 쏘카의 모빌리티 플랫폼앱 ‘타다’에 접속한 뒤 타다 대리 메뉴를 클릭해 대리운전 기사를 부를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용자가 타다 대리로 운전기사를 부르면 쏘카가 대리운전 이용료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게 된다.
쏘카는 9월부터 대리운전기사 1천 명을 모았는데 최근 모집을 거의 끝냈다. 모집이 완료되면 기사를 위한 앱 ‘핸들모아’를 내놓은 뒤 타다 대리를 본격적으로 서비스하기로 했다.
쏘카 관계자는 “구체적 시기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준비 과정을 지켜보면서 상황에 따라 올해 연말쯤 타다 대리를 선보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욱 대표는 모빌리티 플랫폼의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리운전 중개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대리운전은 여러 모빌리티분야 가운데 현재 가맹택시와 함께 관련 기업이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업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의 ‘대리운전 실태조사 및 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4월 기준으로 국내 대리운전시장 규모는 2조7672억 원, 대리운전기사 수는 16만3500명 수준으로 파악됐다.
2013년 실태조사 당시에는 대리운전시장 규모가 최소 1조 원에서 최대 3조 원, 대리운전기사 수가 8만7천 명 수준으로 추정됐다.
모바일앱을 이용한 대리운전시장 규모가 앞으로 더욱 커질 여지도 충분하다. 현재 대리운전 호출건수의 85%를 전화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대리’ 서비스의 수수료수입을 주요 수익원으로 두고 있는 선례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 1건당 결제액의 20%를 수수료로 받는다.
현재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대리를 통해 대리운전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4월 기준 카카오T대리의 시장 점유율은 91.5%로 추산됐다.
박 대표는 타다 플랫폼을 통해 각종 모빌리티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얻은 경험을 대리운전서비스에 접목하는 방식으로 카카오모빌리티와 경쟁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쏘카는 9월 보도자료에서 타다 대리를 다른 서비스와 차별화할 방안으로서 요금·수수료정책의 투명화와 경유지 설정, 대리운전기사와 고객의 상호평가시스템 등을 제시했다.
구체적 서비스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불법 논란으로 중단된 ‘타다 베이직’이 렌트카 임대와 대리운전의 결합서비스였던 만큼 관련 노하우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표는 최근 국내 사모펀드 2곳으로부터 전체 6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 자금도 대리운전을 포함한 신사업 확대에 사용할 방침을 세웠다.
다만 쏘카의 경쟁기업들도 대리운전사업에 고삐를 죄고 있고 대리운전 노동자단체의 반대도 박 대표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높은 시장 점유율을 토대로 대리운전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8월부터 법인 대상의 고급서비스인 ‘카카오T대리 프리미엄’을 개인에게도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도 우버와 함께 내놓을 구독형 모빌리티 사업모델 ‘올인원 Mass’에 대리운전을 포함했다.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티맵’ 이용자가 1200만 명에 육박하는 점도 위협적이다.
한국노총은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쏘카의 대리운전시장 진출 반대를 공식화했다. 대리운전기사들의 노동권 보호를 위한 규제와 시장구조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카카오모빌리티가 프로그램비와 보험료 무료정책을 파기한 선례가 있다”며 “타다도 시장 진출 초기에는 각종 프로모션을 펼치겠지만 자리를 잡은 뒤에는 매출과 이윤 추구에 몰두할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타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타다 대리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는 노동조건 등과 관련해 구체적 이야기를 꺼내기 힘들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