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대그룹 총수 가운데 부회장으로 유일하게 남게 됐다.
얼마 전 재계에서는 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그룹 총수들이 종종 회동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이 가운데 재계 1,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총수가 나란히 부회장 신분이었다.
그러나
정의선 부회장이 14일 현대차그룹 회장에 공식 취임하면서 이 부회장은 이제 이 모임의 유일한 부회장으로 남게 됐다.
이 부회장은 언제쯤 회장에 취임할까?
이 부회장은 이미 삼성그룹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 동일인에도 올라있다. 이 부회장이 회장에 취임한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부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여전히 생존해 있어 이 부회장이 회장에 취임하는 일을 주저하고 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의 취임은 이 부회장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슷한 처지였던 정 회장이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이 살아있는 상황에서 회장에 취임했기 때문이다.
이미 재계에서 선대가 회장 자리를 직접 후대에 물려주는 일은 드물지 않다. 5대그룹 총수 중 한 명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신격호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전 이미 회장에 올랐다.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도 선대 사후가 아닌 생전에 회장에 취임했다.
특히
이해욱 회장과
조현준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동갑내기다. 이 부회장보다 두 살 아래인 정 회장을 포함해 동세대 경영인들이 대부분 회장에 올라 있다.
10대 그룹만 놓고 보면 이 부회장 또래 경영인이 부회장으로 남아 있는 것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도다. 정 부회장은 최근 모친 이명희 회장으로부터 보유지분을 넘겨받으면서 승계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최근 경영행보는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올해 들어 해외출장 3회를 포함해 현장경영만 스무 차례에 이르는데다
정의선 회장과 전기차배터리 관련 단독 회동을 하는 등 그룹 총수로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관련 뇌물죄 파기환송심과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은 회장 취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부회장 스스로 회장 취임 의지가 그리 크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경영자로서 역할에 어느 정도 제한을 두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2017년 12월 뇌물죄 재판과정에서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앞으로 삼성그룹에 회장이라는 타이틀은 없을 것”이라며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이 마지막 삼성그룹 회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5월 대국민사과에서는 “훌륭한 인재들이 주인의식을 지니고 나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도록 해야 한다”며 “내가 훌륭한 인재를 모셔오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삼성은 계속 삼성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