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CJ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CJ그룹이 이번 연말인사에서 세대교체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올해 들어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CJENM 경영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CJENM은 2018년 7월 CJ오쇼핑과 CJE&M의 합병으로 출범해 2년이 넘었다. 당시 CJENM은 콘텐츠와 커머스의 시너지를 극대화하해 글로벌 종합엔터테인먼트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콘텐츠와 커머스사업의 시너지 효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CJENM은 올해 2월 그룹차원의 경영진단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 위기에 직격탄을 맞아 실적 부진도 심각해지고 있다.
CJENM은 2020년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2019년보다 각각 8.8%, 32% 각각 감소했다. 그룹의 다른 주력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이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낸 것과 대비된다.
이에 따라 허 대표가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나온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이 어려움을 겪을 시기에 허 대표와 함께 이재현 회장의 오른팔과 왼팔로 불리던 신현재 당시 CJ제일제당 대표이사가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CJ기술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허 대표와 신 원장은 부산대학교 동문으로 나이도 1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따라서 두 사람의 경영일선 후퇴는 CJ그룹의 대대적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허 대표는 CJ그룹에서 대표적 재무 전문가이자 해결사로 통하는 인물이다.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뒤 CJ제일제당 자금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CJ그룹이 제일투자증권을 매각하고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중책을 맡아 존재감을 키웠고 이후 계열사의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장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2년에는 CJ푸드빌에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기반으로 흑자전환의 기틀을 마련해 이재현 회장 등 CJ그룹 오너일가의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 대표가 CJENM 초대 대표에 올랐던 것도 이런 구조조정과 사업 정상화에서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허 대표는 2019년 2월 CJENM이 보유하고 있던 CJ헬로(현재 LG헬로비전) 지분 50%+1주를 8천억 원에 LG유플러스에 매각하는 데 성공하며 CJ그룹의 체질 개선에 힘을 보탰다. 또 지난해 말 그룹 인사에서 재신임을 받으면서 엠넷의 ‘프로듀스X101’ 투표조작 사태를 수습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허 대표와 같은 구조조정 전문가보다는 CJENM의 새 성장동력을 찾을 신사업 전문가가 더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허 대표가 경영일선에서 바로 물러나기보다는 지주회사 CJ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허 대표가 CJ그룹의 다양한 계열사에서 경험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 회장이 계속 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허 대표는 과거 이 회장의 경영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맡았을 만큼 CJ그룹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2013년 이재현 회장이 구속됐을 때 CJ그룹의 지주회사인 CJ의 경영총괄을 맡았고 CJE&M과 CJ오쇼핑, CJCGV 등 계열사에서 이 회장이 물러난 등기이사를 물려받았다.
미디어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7월 CJENM 경영지원총괄으로 강호성 CJ 총괄부사장이 오면서 CJENM의 대표이사가 바뀔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허 대표가 2016년부터 CJ오쇼핑 대표이사를 맡아 사실상 4년 동안 CJENM을 이끌었던 만큼 순환차원에서 자리를 옮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