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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윤종규 KB금융 향후 3년, 어깨에 승계구도와 금융플랫폼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20-10-12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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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재연임이 확정됐다.

윤 회장 1기와 2기가 KB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단단히 다져 외풍을 차단하고 ‘인수합병’과 ‘해외사업’이라는 두 가지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과정이었다면 3기에는 새로운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특히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건 결국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제는 ‘포스트 윤종규’를 확실히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전환이 금융권에서 생존의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윤 회장이 새롭게 내세우는 ‘금융플랫폼기업 ’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지도 주목된다.

◆ 후계자 육성, 존경받는 회장 되기 위한 마지막 과제 

남희헌(이하 남) : 윤종규 회장이 재연임에 성공했습니다. 사실상 이제 3기에 들어갔는데 사업적 과제도 많겠지만 일단 지금 관심은 ‘포스트 윤종규’에 쏠리고 있습니다.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건 결국 사람입니다.

조은아(이하 조) : 맞습니다. 후계자를 결정하고 그 후계자를 키우는 일이 윤종규 회장의 남은 임기에서 최대 과제입니다.

윤종규 회장은 어떤 회장으로 남고 싶냐는 질문에 존경받는 회장으로 남고 싶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믿을 만한 후계자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일이 존경받는 회장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입니다.

남 : 그런데 워낙 KB금융에서 윤종규 회장의 존재감이 강하다보니 포스트 윤종규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없습니다.

조 : 그만큼 KB금융에서 윤종규 회장이 리더십이나 카리스마, 존재감이 매우 강합니다.

보통 다른 금융지주에서는 2인자, 혹은 다음 회장은 누구라는 그림이 사실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하나금융지주에서는 함영주 부회장을 안팎에서 모두 확실한 2인자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KB금융에는 확실한 2인자가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물론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최근 몇 년 사이 은행장을 연임하면서 존재감을 키웠습니다. 

남 : 그런데 그렇다고 허인 은행장이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이견 없이 2인자로 불리냐 그건 또 아니죠.

조 : KB금융에서 허인 은행장 못지않게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의 존재감도 매우 큽니다. 이들은 약간 험지로 불리는 계열사로 가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남 : 윤 회장이 일부러 확실한 2인자를 두지 않고 경쟁을 시킨 걸로 볼 수 있나요? 

조 : 맞습니다. KB금융은 지배구조와 관련한 트라우마가 워낙 크기 때문에 윤종규 회장도 아마 취임했을 때부터 뒤를 이을 후계자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을 겁니다.

지금 마땅한 2인자 없이 여러 명이 경쟁하는 구도는 윤종규 회장의 의도로 보입니다.

◆ 포스트 윤종규로 누가 물망 오르나

남 : 그렇다면 포스트 윤종규로는 누가 있나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조 : 가장 먼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허인 KB국민은행장입니다. 사실 허 은행장은 3년 전에 윤종규 회장이 연임할 당시 은행장 후보로 오르내리지 않다가 깜짝 등장했습니다. 

남 : 어떤 인물인가요?

조 : 3년 동안을 살펴보면 무난하면서도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선망이 있는 편이라고 합니다. KB국민은행 한 직원의 말로는 내부사정을 워낙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이 힘들다고 얘기해도 잘 들어주는 편이라고 좋다고 합니다.

남 : 튀지 않으면서도 업무처리나 리더십이 뛰어난 편인 거 같습니다. 윤종규 회장과도 약간 성향이 달라서 둘의 파트너십이 더 돋보일 거 같다. 

조 : 보통 집에서도 부모님 중에 한 분이 엄하면 한 분은 포용력 있는 일이 많지 않나요? 그런 면에서 둘의 호흡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남 : 허 행장이 이번에도 연임하면 사실상 가장 유력한 고지에 오르는 걸로 보면 되는 건가요?

조 : 맞습니다. 그룹 2인지 자리이고 최대 계열사인데 한 번 연임도 쉽지 않은데 두 번이나 연임하면 경영능력을 확실하게 인정받는 걸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남 : 그런데 윤종규 회장이 3년 임기를 마칠 때까지 계속 행장을 하는 건 어렵지 않나요? 임기가 1년인데 매번 또 연임해야 하는데 가능한가요?

조 : 사실상 앞으로 3번 정도 더 연임해야 하는 건데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올해 혹은 내년까지 행장을 지내고 저절한 시기에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 KB금융지주에는 부회장이 없습니다. 허 은행장이 부회장이 되면 안팎 모두에서 2인자로 자리매김하는 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남 : 그럼 다른 인물들은 누가 있습니까?

조 :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이나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양종희 사장은 3년 전 윤 회장이 연임할 때 최종 회장후보 3명에도 들 정도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회장 숏리스트에 들지 못했습니다.

남 : 이동철 사장은 어떤가요?

조 : 이동철 사장이 KB국민카드를 맡은 지가 3년인데 3년 동안 KB국민카드가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카드업계에서 확실한 3위권으로 올라왔고 KB금융 안에서도 주력 계열사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남 : 공교롭게 세 명 모두 1961년 출생이더라고요. 동갑내기 라이벌인데 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흥미진진할 것 같습니다.

◆ 남은 3년 후계구도 위한 윤종규의 역할은?

남 : 회장후보들 면면도 살펴봤는데 이제 앞으로 3년 동안 윤종규 회장이 승계구도를 위해 뭘 해야할지 짚어보겠습니다.

조 : 네. 이제는 정말 후계구도 윤곽을 잡을 때입니다. 더 늦어지면 좋지 않습니다. 그동안 특별한 2인자 없이 경쟁을 유도했는데 계속 그런 식이면 오히려 조직 혼란만 더 키울 수 있습니다. 이제는 후계자를 정한 뒤 교육에 들어갈 시기라고 봅니다.

남 : 실제 세계적 경영 사상가 짐 콜린스가 한 얘기가 있습니다. 일류에서 3류로 전락한 기업을 추적했는데 이유가 다음과 같았습니다. 우선 권력을 쥔 리더가 강한 후계자를 내치거나 능력있는 후계자 후보가 CEO 자리를 얻지 못하는 상황, 이사회가 후계자 선정 과정에서 갈라져 편싸움을 하는 상황, 현재 경영진이 탐욕으로 눌러 앉아 권력을 너무 늦게 이양하는 상황 등입니다.

조 : 사실 다 낯설지 않은 얘기죠. 특히 국내 금융지주는 주인이 없기 때문에 회장 자리를 놓고 불필요한 소모전이 벌어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신한금융지주에서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임기가 끝나기 전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그 배경으로 조용병 회장이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남 : KB금융도 윤종규 회장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후계구도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으면 다시 외풍에 취약해질 수도 있습니다. KB금융은 과거 낙하산과 관치로 흑역사를 보낸 경험이 있습니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데 KB금융의 역사를 조목조목 짚어보겠습니다.

조 : 우선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통합된 이후 초대 행장을 맡았던 김정태 전 행장이 2004년 연임의 꿈을 접고 불명예 퇴진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부터 흑역사가 계속 이어집니다. 초대 회장인 황영기 회장부터 어윤대 회장, 임영록 회장까지 외부에서 이른바 낙하산인사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면서 잡음도 많았고 임기를 이어가면서 조직을 안정시키는 일을 했으면 그나마 나은데 임기 내내 금융당국이나 사외이사와 부딪쳐 그렇게 하지도 못했습니다. 임기가 짧다보니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남 : 그렇다면 왜 유독 KB금융만 외풍에 심하게 시달렸나요?

조 : 현재는 KB금융과 정부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정부가 KB금융지주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외국계 주주의 지분율이 65% 안팎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KB국민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이었던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의 합병을 통해 탄생했습니다. 정부에서 자유롭지 못한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남 : 그러는 사이 다른 경쟁사들, 특히 신한금융이 계속 발전해서 KB금융을 따라잡습니다.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뒤 윤종규 회장이 혜성처럼 등장합니다.

조 : 그래서 포스트 윤종규가 더욱 중요합니다. 말 그대로 윤종규 회장은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워낙 경영능력도 뛰어나고 금융권에서는 약간 천재과로 통합니다. 그런데 앞으로 또 다른 윤종규 회장이 나타나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깜짝 구원투수가 혜성처럼 등장하지 않아도 되도록 승계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남 : 현재 KB금융의 승계 프로그램은 어떤가요?

조 : 현재 최고경영자 후보군에 있는 경영진이 계열사 두 곳 이상에서 경험을 쌓도록 하거나 수시로 내외부 교육과정에 참여해 전문성을 높이도록 하는 과정 등이 마련돼 있습니다.

남 : 신한금융지주같은 경우는 아예 주요 계열사 5곳 그리고 지난해에는 외부환경 등의 변화를 고려해 오렌지라이프 포함 7곳 계열사 CEO를 내부 회장후보군으로 선정했습니다. KB금융은 어떤가요?

조 : KB금융도 지난해부터 상반기와 하반기에 내부 후보자군 10명씩을 선정해 관리하고 있지만 사실상 어느 계열사 대표인지 등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이나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 등 주력 계열사 대표겠지 하고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남 : 롱리스트에 누가 드는지, 어떤 기준으로 드는지 더 명확한 절차를 거치고 더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다가 이사회 독립성 확보도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조 : 맞습니다. 그래서 KB금융을 비로한 금융지주들이 이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회장을 선임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즉 회추위나 사외이사를 뽑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즉 사추위에서 지주 회장이 빠지도록 했습니다.

남 : 외국 사례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GE의 잭 웰치는 회장을 끝내기 7년 전부터 업무의 75% 정도를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에 쏟았습니다. GE는 승계 관리 프로그램이 체계적인 걸로 유명합니다.

잭 웰치 회장은 후보군에 처음 포함된 지 무려 9년 만에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처음엔 96명에서 출발했다가 졈차 후보군이 좁아졌습니다.

조 : 그 과정에서 장기적 안목이나 결단력 등 리더십이나 자기관리 등 최고경영자에게 필요한 모든 자질에 대한 평가가 이뤄집니다.

유명한 일화도 있습니다. 잭 웰치가 1991년에 인터뷰에서 “나는 거의 매일 누구를 후계자로 선정할지를 고민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했는데 당시가 잭 웰치 임기 만료 9년 전입니다.

남 : 실제 은퇴 7년 앞둔 시점에서 이사회 승인을 거쳐 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해 결국 후임 이멜트 회장에게 승계했습니다.

개인 한사람이 위대한 기업을 만들 수는 없지만 그 반대로 잘못된 리더가 기업을 망쳐놓기는 식은 죽 먹기라는 말도 있습니다. 앞으로 윤종규 회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윤종규, KB금융을 금융플랫폼기업으로 만든다

남 : 후계구도 얘기를 해봤으니 이제 윤종규 회장 3기의 사업적 목표를 얘기해보겠습니다. 사실 국내 금융그룹 목표가 다 비슷합니다. 해외진출 그리고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다각화 이 정도인데요.

조 : 맞습니다. 거기에다 요즘은 디지털이 더해졌죠. 요즘 금융권 모두에서 업권 막론하고 모두 디지털 전환을 얘기합니다. 사실 국내 금융지주들의 사업구조가 다 같고 경영환경도 비슷해서 장기 목표도 비슷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윤종규 회장이 요즘 조금 다른 화두를 꺼내고 있습니다.

남 : 어떤 거죠?

조 : 바로 플랫폼기업입니다. 얼마 전부터 윤종규 회장이 플랫폼기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KB금융을 금융플랫폼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얘기입니다.

남 : 별로 와닿지 않는데 더 직관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조 : 보통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면 제일 먼저 뭐를 하시나요? 핸드폰으로는요?

남  : 네이버나 카카오를 하죠.

조 : 맞습니다. 쇼핑을 하든 검색을 하든 뭘 하든 네이버를 통해서 하고 카카오도 비슷합니다. 윤종규 회장도 뭘 하든,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금융’과 관련한 모든 일을 KB금융을 거쳐서 하게 하려는 걸로 보면 됩니다.

10월에 나오는 KB페이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남 : KB페이면 KB도 페이시장에 진출하는 건가, 신한페이같은 건가요?

조 : 비슷합니다.

남 : 페이시장이 매우 확대되고 있는 건 맞지만 페이시장에 이미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엘페이 SSG페이 등 수많은 사업자가 등장해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후발주자로서 윤종규 회장이 내세우는 KB페이의 강점이 뭔가요? .

조 : 바로 KB금융이 금융회사라는 점입니다.

KB금융지주 계열사가 최근 인수된 푸르덴셜생명을 포함해 모두 13개입니다. 이를 통해 더욱 전문적이고 다양한 종합적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상 일상생활에서 카드나 보험, 또는 주식까지 현대인이 눈을 뜨면 감을 때까지 한 번 이상의 금융시스템은 이용하죠. 이걸 KB를 통해서 하도록 하겠다는 게 윤 회장의 구상입니다.

남 : 최근 윤종규 회장이 창립12주년 기념사에 스타벅스앱의 사이렌오더를 들었습니다. 매장에 도착하기 전에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 사이렌오더를 언급한 이유가 뭔가요?

조 :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 그리고 또 하나는 개인화된 서비스입니다.

사이렌오더를 통해 매장에 도착하기 전에 내가 원하는 종류의 커피를 미리 주문할 수 있습니다. 또 윤 회장 말에 따르면 컵 종류나 사이즈, 물, 시럽, 얼음 등의 조절을 통해 아메리카노의 종류를 2만 가지 이상으로 개인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결국 KB라는 플랫폼을 통해 KB금융그룹의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되 고객 한명 한명이 원하는 대로 세밀하고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물론 이를 위한 인프라가 당연히 필요한데 이를 위해 더케이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남 : 더케이프로젝트가 뭔가요?

조 : KB금융그룹 차원에서 추진한 디지털전환 핵심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영업점과 모바일, 인터넷, 상담센터 등이 다 연결됩니다.

남 : 예를 들어주시죠.

조 : 국민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이 콜센터를 통해 리브모바일과 관련한 상담을 받으면 데이터로 자동 저장됩니다. 이 기록이 온오프라인으로 다 공유돼 고객이 어떤 성향인지 파악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윤종규는 왜 플랫폼기업 꿈꾸나

남 : 그렇다면 윤종규 회장이 금융플랫폼을 새 화두로 꺼낸 이유가 뭔가요?

조 : 앞으로 금융산업에서 주거래 은행보다 주거래 플랫폼이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을 무기로 기존 금융회사 영역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남 : 결국 기존과 같이 금융회사라는 틀 안에서는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래서 틀을 깨고 아예 우리도 플랫폼이 되겠다, 이렇게 보면 되나요?

조 : 맞습니다. 윤종규 회장은 진작부터 비슷한 흐름을 예상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10월 타운홀미팅에서 KB금융의 경쟁자를 묻는 질문에 “미래에는 알리바바, 구글과 같은 IT기업이 KB의 경쟁자일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전부터 이런 고민을 했다는 걸 알 수 있는 게 바로 지난해 나온 리브모바일입니다.

남 : 리브모바일도 어떻게 보면 플랫폼으로 볼 수 있는 거 같아요.

조 : 맞습니다. 처음 KB금융이 리브모바일을 생각한 게 현대인들에게 가장 떼려야 뗄 수 없는 두 가지의 결합이었습니다. ‘휴대폰이 곧 은행인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금융을 더 잘할 수 있을까’에서 리브모바일이 출발했죠.

남 : 한마디로 KB국민은행이 제공하는 유심칩 자체가 금융플랫폼이 된다고 봐도 되나요? 

조 : 비슷합니다. 고객이 유심칩만 넣으면 공인인증서, 애플리케이션 설치 등 복잡한 절차 없이 은행과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남 : 그런데 성과가 별로 없지 않나요? 현재 가입자 수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조 : KB국민은행이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고 있진 않는데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100만 명 목표에 10만 명 수준입니다. 그나마도 사실상 플랫폼으로서 역할보다는 단순히 저렴한 요금제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어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남 : 리브모바일은 그룹 차원에서 굉장히 공들인 사업으로 알고 있는데요.

조 : 맞습니다. 윤종규 회장이 과거 KT 사외이사를 지내던 시절부터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현실화된 것이라고 합니다.

KB금융에서도 단순하게 ‘알뜰폰사업’이라고 불리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실 KB금융이 그냥 요금제 싸게 내놓자고 이 사업을 시작한 건 아니죠.

남 : 그런데 그냥 일단 값싼 요금제 때문에 유심을 구매해 끼우고 나면 그게 끝인 거 같아요. 생각보다 통신과 금융의 시너지가 잘 나지 않고 있습니다.

조 : 아직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아직 성패를 말하기 이르다는 시각도 있지만 지금으로 봐선 사실상 실패에 가까워 보입니다. KB국민은행도 고민이 깊을 겁니다.

남 : 마땅히 가입자 수를 끌어올릴 방법도 없어 보이는데요.

조 : 네. 통신시장이 워낙 경쟁이 치열합니다. 알뜰폰시장도 마찬가지죠. 더 차별점이 있어야 하는데 거기에서 실패했습니다.

값싼 요금제, KB 고객이면 더 싸지는 요금제, 이를 빼면 큰 매력이 없어요. 지금 전략도 요금제 할인 이벤트만 자주 하는 등 큰 전략적 방향이 없는 느낌입니다. 당연히 파급력도 없습니다.

남 : 금융권이 디지털 신기술의 전쟁터가 되고 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면 윤종규 회장이 단순히 '기존보다 더 빠르고 더 편리한’ 디지털금융을 제공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완전히 판을 새로 만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아직까지 와 닿지도 않고 어떻게 하려는지 구체적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데 3년 뒤엔 확실한 그림이 그려졌으면 합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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