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서 온라인으로 다양한 상품을 편리하고 싸게 살 수 있는 것처럼 키움증권도 다양한 금융상품을 싸고 편리하게 살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이 사장이 세운 ‘금융업계의 아마존’이라는 목표에 이르기까지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국내 주요 증권사 시스템장애 발생현황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2018년부터 올해 9월까지 온라인거래시스템 장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증권사로 나타났다. 이 기간 모두 17건의 장애가 발생했다.
키움증권 온라인거래시스템은 올해에만 8건의 전산장애를 일으켰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시스템장애 발생건수가 5건이 넘는 곳은 키움증권이 유일하다.
시스템장애로 거래를 체결하지 못한 데 따라 접수된 피해건수도 2192건으로 가장 많다.
상품을 싸고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는 아마존처럼 되겠다던 이 사장의 목표가 아직은 무색해 보이는 이유다.
키움증권이 다우데이터, 다우기술 등 정보기술(IT) 기업이 주축인 다우키움그룹에 속해있는 점은 계열사 협력 등을 통해 금융업계의 아마존으로 거듭나기 위한 좋은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최근 금융사들이 정보기술(IT)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회사와 협력관계를 쌓느라 여념이 없다. 한국금융지주와 카카오,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에 이어 8일에는 KB증권과 엔씨소프트도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협력관계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 비춰보면 키움증권은 IT 기술력을 위한 토대가 탄탄한 셈이다. 키움증권은 같은 그룹집단에 속한 정보기술(IT)회사와 큰 어려움 없이 협력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올해 들어 장애가 많이 발생한 것은 개인투자자 증시 참여가 활발해진 데 따른 접속 증가가 원인”이라며 “재발방지를 위해 서버를 3배 이상 늘리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접속량이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으로 증가해 접속지연 등 장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 거래 증가에 힘입어 키움증권의 평균 하루 거래대금은 2019년 약 1조9872억 원에서 2020년 3분기에는 7조908억 원가량으로 늘었다. 3.57배 정도 규모가 커졌고 수수료수익도 증가했다.
개인투자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는 온라인거래시스템 장애가 계속되는 것을 놓고 키움증권이 개인투자자 덕분에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으면서 시스템 개선을 위한 투자에 인색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키움증권의 올해 상반기 리테일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4% 늘었지만 전산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은 24%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현 사장이 전산시스템 개선을 위한 투자를 급격히 늘리는 것을 놓고 고민도 클 수 있다. ‘동학개미’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낸 개인투자자들의 활발한 증시 참여가 ‘일시적’ 현상으로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대규모 투자를 결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용공여잔고 하락추세를 놓고 봤을 때 풍부한 유동성 장세가 종료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유동성 흐름이 종료되면 증시 상승 둔화와 거래대금 감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증권업 이익에는 부정적이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