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몸집을 적극적으로 불리고 있다.
오너경영인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길닦기라는 시선도 나온다.
7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기업집단 순위가 뛰어오를 수 있다.
현재 추진하는 대우조선해양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모두 성공한다면 현대중공업그룹의 공정자산(비금융계열사의 자산총액과 금융계열사의 자본총액을 더한 수치)이 크게 불어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공시대상 기업집단현황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공정자산 62조8630억 원의 재계 9위 기업집단이다.
대우조선해양과 두산인프라코어의 합산 공정자산가치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6조181억 원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두 회사를 모두 품는다면 공정자산 80조3400억 원의 6위 포스코그룹에 조금 못 미치는 7위 기업집단이 된다. 기존 8위 GS그룹과 7위 한화그룹을 단번에 제칠 수 있다는 셈이다.
이런 공격적 자산 확대 시도와 관련해
정기선 부사장의 현대중공업그룹 경영권 승계 이슈와 연결해 해석하는 시선도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자산 확대 시도는 단순히 몸집을 불리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 기계, 정유 등 중화학공업 가운데서도 규모가 큰 장치산업을 진행하는 기업집단이다.
이런 산업군에서 규모의 경제를 키우는 것은 한계생산비용(생산물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할 때 필요한 비용)을 줄여 사업 수익성을 개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권오갑 회장의 전문경영인체제에서
정몽준 현대중공업지주 최대주주의 아들인
정기선 부사장이 그룹 총수에 오르는 오너경영인체제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시도는 경영권 승계에 앞서 길을 닦아놓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차원의 사업전략만으로는 현대중공업그룹처럼 잇따른 대형 인수건을 발빠르게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오너 정 부사장의 승계를 앞두고 성장의 발판을 준비한다는 높은 차원의 결정이 뒷받침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추진과 관련해 경영권 승계보다 재무적 부담의 축소를 주요 명분으로 꼽는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지분 인수의 대가로 KDB산업은행에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을 넘기는 방식이라 재무 부담이 크지 않다”며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참여도 KDB산업은행인베스트먼트가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해 부담을 크게 덜었기에 참여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무부담을 덜었다는 것도 인수 과정에서 이야기일 뿐이다.
상반기 말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은 별도기준 차입금 및 사채를 3조8210억 원, 두산인프라코어는 3조3082억 원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뒤 대우조선해양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진행할 1조5천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서 필요하다면 1조 원을 추가로 지원한다는 약속도 산업은행과 맺었다.
이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두 회사를 인수한 뒤 막대한 차입금 부담도 함께 떠안아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조선해양이 최근 그룹 사업재편의 일환으로 산업용보일러 자회사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은 2019년 연결기준 매출 2325억 원, 영업이익 331억 원을 낸 회사로 애초에 규모가 큰 편이 아니다. 투자업계 관계자들도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 지분 100%의 가치를 2천억 원 수준으로 본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의사결정이 적지 않은 부담을 감수하는 결정인 만큼 권 회장이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을 맡고 있는 정 부사장과 논의를 거쳐 잇따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시선도 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의 경영지원실은 계열사 경영을 지원하는 역할뿐 아니라 그룹의 전략과 재무, 인사 등 주요 업무를 폭넓게 관장하는 핵심조직이라는 점에서 정 부사장의 ‘역할론’에 신빙성이 더해진다.
정 부사장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한 뒤 성장의 기반을 다지는 작업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오너경영인의 행보와 관련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