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지주의 힘을 빼고 4개 BU(Business Unit)의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해 위기 돌파를 추진한다.
7일 롯데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신 회장은 롯데지주 임직원 수를 기존 170여 명에서 100명 선까지 축소하는 대대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신 회장은 8월 그룹 2인자로 꼽혔던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을 물러나게 한 데 이어 그룹 컨트롤타워 핵심역할을 했던 경영전략실을 경영혁신실로 바꾸고 팀 수도 반으로 줄였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지주는 순수 지주회사라는 본래 목적으로 회귀하고 있다”며 “롯데그룹 창립 당시 각 계열사의 필요에 따라 롯데지주가 많은 인원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그룹이 안정돼 가면서 큰 덩치를 유지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롯데지주 대표가 된 이동우 사장은 황각규 전 부회장처럼 '그룹 2인자' 역할보다는 신 회장을 보좌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장은 35년 정통 롯데맨으로 롯데백화점, 롯데월드, 롯데하이마트 등을 두루 거쳐 계열사 실무에 밝다.
신 회장은 그동안 한국과 일본을 왕래하며 그룹 현안을 챙기는 '셔틀경영'을 해왔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8월부터는 주로 일본에 머물고 있다.
한국과 일본 기업인의 입국제한이 8일부터 완화되면 신 회장이 다시 셔틀경영을 하면서 한국 롯데그룹의 현안을 좀더 폭넓게 챙겨나갈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앞으로 4개 BU 책임경영체제를 더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의 사업구조가 유통, 화학, 식품, 호텔 등으로 다양한 만큼 롯데지주가 중앙 컨트롤타워로 사업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빠르게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롯데그룹이 현재 직면한 위기도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에도 불구하고 롯데지주의 역할이 너무 비대했다고 대응에 늦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신 회장은 2017년 2월 경영쇄신을 약속하며 식품BU, 유통BU, 화학BU, 호텔&서비스BU 등 4개 BU체제를 출범했지만 책임경영체제라고 평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점이 현실이었다. 일각에서는 롯데지주와 BU 사이 알력이 심하다는 말도 나왔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의 힘을 빼면서 사업현안은 4개 BU에 맡기되 인수합병 및 신사업 발굴과 같은 그룹 중대사는 직접 챙기는 쪽으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4개 BU에 '젊은 피'도 계속 수혈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통상 12월에 실시하는 내년도 인사를 올해는 10월로 앞당겨 실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미 추석 전에인사평가를 모두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안팎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젊은 인원들이 대거 등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돈다.
지난해 12월 신 회장은 BU장 3명을 포함한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와 단위 조직장 자리에 50대 중반의 경영인을 선임하고 젊은 신임 임원도 대거 발탁했다.
지난해 새로 선임된 임원의 평균 나이는 48세이고 신임 대표와 조직장의 평균 나이는 53.5세였다.
롯데그룹은 현재 위기에 놓여있다. 롯데그룹의 양 날개로 불리는 유통BU와 화학BU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8조1225억 원, 영업이익은 535억 원을 내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8.7%, 영업이익은 81.9% 줄었다.
화학BU도 지난해에는 롯데그룹 실적을 이끌었으나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올해는 실적이 뒷걸음질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5조9578억 원, 영업손실 531억 원을 내며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21.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