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케미칼은 아직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그룹의 신사업인 2차전지소재사업을 맡아 성장성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2020년 2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포스코에서 철강부문 매출비중은 46.5%, 2차전지소재사업을 포함한 신성장부문 매출비중은 1.6%를 보입니다.
철강업계가 어려운 영업환경에 직면하면서 포스코는 비철강부문 도약이 더 다급해졌습니다.
포스코는 2분기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별도기준으로 첫 분기별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이런 난관을 돌파하는 데 민경준 사장은 중심적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핵심 자회사로 포스코케미칼을 점찍었습니다. 그룹 전체에서 포스코케미칼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정우 회장은 2차전지 소재사업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키우기 위해 2019년 4월 양극재기업인 포스코ESM을 포스코케미칼로 흡수합병하면서 이곳에서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일임하도록 사업구조를 개편했습니다. 양극재의 원료인 리튬은 포스코에서 맡아서 진행하고 있는데 이것도 포스코케미칼로 옮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민경준 사장은 그룹의 미래가 달린 신사업을 이끌어갈 주역인 만큼 책임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 회장에 오르기 전에 포스코케미칼을 6개월 동안 이끌었습니다. 최 회장이 포스코케미칼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꿰고 있기 때문에 민 사장의 부담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미래를 전기차배터리의 핵심소재에 걸다
‘물량전과 속도전’. 2차전지소재시장 경쟁은 이렇게 두 단어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얼마나 빨리 생산능력을 키우느냐, 또 얼마나 빨리 제품 품질을 끌어 올리느냐 이 두 가지에 따라 시장에서 기업의 입지도 갈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민경준 사장은 2차전지의 핵심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에 방점을 찍고 소재 공급능력과 소재 자체의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힘을 주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세계 전기차배터리시장 규모가 해마다 평균 25% 이상 성장해 2025년이면 메모리반도체시장 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제2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전기차배터리가 반도체를 역전하는 셈이죠.
세계 전기차배터리시장 규모는 2020년 38조 원에서 2025년 182조 원으로 커지는 반면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2025년 169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는 2023년이면 세계 전기차배터리 수요(916GWh)가 공급(776GWh)을 웃돌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량전과 속도전이 얼마냐 중요한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민경준 사장은 특히 차세대 핵심소재로 꼽히는 NCMA양극재와 인조흑연 음극재, 이 두 가지가 2차전지소재시장에서 포스코케미칼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NCMA양극재는 기존 하이니켈 NCM양극재(니켈, 코발트, 망간을 조합해 만든 양극재)에 알루미늄을 첨가해 만드는데 이 양극재를 쓰면 대용량 배터리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포스코케미칼은 2020년 8월5일 이사회를 열고 광양 공장에 연간 3만 톤 규모의 NCMA양극재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데 2895억 원을 투자하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포스코케미칼은 2019년 별도기준으로 순이익 896억 원을 냈는데 연간 순이익의 3배가 넘는 돈을 여기에 쏟아붓기로 한 셈입니다.
포스코케미칼은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공장 건설에는 2177억 원을 투자합니다. 이에 따라 2023년이면 연간 1만6천 톤 규모의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음극재는 원료에 따라 인조흑연계와 천연흑연계로 나뉩니다. 인조흑연 음극재는 고온에서 결정성을 높여 제조하기 때문에 천연흑연계를 사용한 제품보다 소재구조가 균일하고 안정적 특징이 있어 전기차배터리의 수명을 늘리는 데 보탬이 됩니다.
포스코케미칼은 2018년 11월부터 2020년 6월 말까지 양극재와 음극재 생산능력을 키우는 데에만 모두 4129억 원을 들였습니다.
시장에서는 포스코케미칼이 그룹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2차전지소재시장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포스코의 2020년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들여다 보면 지금 진행하고 있는 투자 가운데 절반가량이 2차전지소재사업에 몰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2건 가운데 6건이 포스코케미칼과 관련돼 있는데 이 가운데 5건이 2차전지소재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한 투자입니다.
전체 투자금액의 16.9%가 매출비중의 1%만 차지하는 2차전지소재사업에 들어가는 셈이죠.
민경준 사장은 이런 지지에 힘입어 물량전과 속도전, 모두 승기를 잡을 수 있을까요?
◆ 포스코케미칼 사업체질 탈바꿈, 남은 과제도 만만찮아
민경준 사장은 포스코케미칼의 중심축을 화학사업에서 2차전지소재사업으로 옮기는 데 가속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포스코케미칼은 2030년까지 2차전지소재사업에서 연간 매출 22조 원 이상을 거두고 세계에서 시장점유율 20%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정해두고 있습니다.
민경준 사장은 2018년 12월 포스코케미칼을 맡은 뒤 2019년 4월 OCI와 ‘화학제품 개발 및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것을 빼고는 경영활동의 초점을 2차전지소재사업에 맞춰 왔습니다.
이에따라 포스코케미칼의 사업체질도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바뀔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포스코케미칼은 그동안 양극재와 음극재 생산능력을 빠르게 키워왔는데 2021년부터 양극재 광양공장 2라인 가동률이 높아지고 음극재 2공장 신규 생산라인도 가동을 시작하면서 이 부문 매출이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포스코케미칼은 2020년 상반기만 해도 라임케미칼부문에서 매출의 41.2%를, 에너지소재부문에서 매출의 24.9%를 냈는데 이 구조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하기까지 민경준 사장이 넘어야 할 고비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2차전지소재사업을 안정적 궤도에 올려놓을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동안은 ‘본업’인 화학사업의 실적만으로 재무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민경준 사장은 2차전지소재사업에 필요한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포스코케미칼 사상 처음으로 ‘무차입경영’ 기조를 깨고 차입금을 늘리고 있습니다.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은 포스코케미칼의 부채비율이 2019년 72%에서 2021년 152%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포스코케미칼 주가 ‘V자’ 반등, 얼마나 빨리 성과 내느냐에 주가 방향 달려
포스코케미칼 주가는 최근 들어 전기차시대를 향한 기대감에 한껏 힘을 받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포스코케미칼은 올해 코로나19로 철강업황이 부진했던 데 타격을 보고 2차전지소재사업에 공격적 투자로 지출이 늘어난 탓에 2019년보다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것으로 전망되는 데도 주가는 3월 바닥을 찍은 뒤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민경준 사장이 포스코케미칼 대표에 취임했던 2018년 12월20일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4만7450원이었습니다.
주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3월23일 3만7천 원으로 바닥을 찍었지만 2020년 8월13일 9만3천 원까지 오르면서 4개월여 만에 151% 넘게 뛰었습니다.
정부가 7월 내놓은 그린뉴딜정책이 전기차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향한 기대감에 불을 지피면서 주가도 크게 오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말은 반대로 놓고 보면 시장의 기대감을 채우지 못하면 주가도 곧바로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결국 포스코케미칼 주가 향방은 민경준 사장이 이런 시장의 기대감에 얼마나 빨리 구체적 성과물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포스코케미칼은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2차전지 소재기업이라는 점, 포스코와 계열사를 통해 리튬이나 니켈 등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다른 소재기업과 비교해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포스코케미칼이 세계 배터리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LG화학으로부터 1조8천억 원 규모의 양극재 물량을 확보해 뒀다는 점도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 때문에 민경준 사장이 국내외 배터리기업을 대상으로 더욱 공격적 수주에 나설 것으로 보는 시선도 업계에서 나옵니다.
포스코케미칼은 2020년 영업이익이 2019년보다 약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입을 모아 포스코케미칼의 2차전지소재사업 성장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민경준 사장은 이런 기대를 얼마나 빨리 현실로 앞당길 수 있을까요?
◆ 30년 넘는 철강맨 민경준, 풍부한 경험과 강력한 리더십 갖춰
민경준 사장은 2018년 12월 말부터 2년째 포스코케미칼을 이끌고 있습니다.
1984년 포스코 전신인 포항제철로 입사한 뒤 36년 넘게 포스코에서만 일한 ‘포스코맨’이자 철야금 기술사와 금속재료 기술사 자격증을 갖춘 ‘생산 전문가’입니다.
2차전지소재사업에서는 비전문가로 여겨지기 때문에 그가 포스코케미칼 수장에 오른 뒤 다소 의아한 시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민경준 사장은 육군장교 출신답게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것으로 알려집니다.
인도네시아 초대 법인장이나 중국 장가항포항불수강유한공사 법인장 등을 맡아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뛰어난 위기대응 능력을 보여줬습니다.
최정우 회장은 그의 이런 능력을 높이 샀던 것으로 보입니다. 신사업을 강력하고도 빠르게 밀어붙이는 데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죠.
민경준 사장은 인도네시아 법인장을 맡던 때에는 현지 직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고 합니다.
한국인 직원과 현지인 직원을 함께 이끌어야 했던 상황에서 민경준 사장은 오해가 생기는 일을 막기 위해 한국인 직원들에게 음주 뒤 노래방 출입을 금지하는 등 엄격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민경준 사장은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일관제철소 가동에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로 꼽힙니다. 그가 없었다면 2013년 12월 화입이 불가능했을 거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민경준 사장은 화입 직후 터진 쇳물 누수사고를 잘 수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사고로 크라카타우포스코 제철소는 한동안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는데 민경준 사장이 잘 대처한 덕분에 개수와 보수작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두 달 만에 조업을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