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도시정비사업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바탕으로 재건축과 재개발사업뿐 아니라 지난 10년 이상 손대지 않았던 리모델링사업까지 발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올해 들어 9월까지 4조3천억 원 규모의 신규 도시정비사업을 따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노리고 있는데 시장이 커지는 리모델링에서도 사업기회를 잡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4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현대성우 8단지(1424세대)와 신정마을 9단지(812세대) 아파트 리모델링 현장설명회에 모두 참석하며 수주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성우 8단지와 신정마을 9단지 리모델링사업 모두 현장설명회에 참석해야 입찰 참가자격이 주어진다. 두 단지 리모델링 시공사는 11~12월에 결정된다.
현대성우 8단지 아파트 리모델링 현장설명회는 9월23일 열렸는데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이 모습을 보여 치열한 수주전이 예고됐다.
현대건설은 두 번째 현장설명회가 6일 개최될 예정인 신정마을 9단지 아파트 리모델링 입찰에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9월22일 열린 신정마을 9단지 아파트 리모델링 첫 번째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만 참여해 이후 입찰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다시 현장설명회가 열리게 됐다.
현대건설은 현대성우 8단지 아파트에 '조합의 성공적 리모델링사업 추진을 기원합니다'라는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용인 수지구 두 곳의 리모델링 입찰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이 용인 수지구 리모델링에 잇달아 입찰 참여를 추진하는 것은 수요가 풍부한 용인 수지에서 리모델링사업의 교두보를 만들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신도시로 조성된 용인 수지구는 1990년대 중반부터 공급이 시작돼 준공한 뒤 20년이 넘은 아파트가 2만여 세대로 파악된다.
리모델링은 지어진 지 15년 이상의 아파트에서 추진할 수 있어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7월 기준으로 용인 수지구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가구는 3천여 세대에 이른다.
현대건설은 8월과 9월 두 번에 걸쳐 구조설계, 주택설계, 시공관리, 수주영업, 견적 등 해당 분야 경력이 5~7년이거나 리모델링 경력 3년 이상을 지닌 사람을 채용하며 리모델링사업 확대 의지를 보였다.
현대건설은 2008년을 끝으로 재개발, 재건축과 비교해 수익성이 높지 않은 리모델링사업에 손을 대지 않았다. 수익성을 가장 우선에 두고 수주전을 진행하는 방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은 2020년 도시정비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굳히며 역대 최대 실적도 넘보고 있는데 리모델링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도시정비사업 전체 영역에서 싹쓸이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건설업계에서 나온다.
현대건설은 리모델링사업에서 경험이 많지 않지만 도시정비사업에서 영업경험과 기술력이 뛰어나 이를 활용하면 리모델링사업에서도 경쟁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9월까지 도시정비사업 신규 일감 4조3천억 원을 따내며 2위 롯데건설(1조9천억 원)과의 차이를 2조 원 이상으로 벌려 도시정비시장 2년 연속 1위를 사실상 확정했다.
이에 더해 2017년 도시정비사업에서 거뒀던 역대 최고 실적인 4조6467억 원 경신도 넘보고 있다.
국내 리모델링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현대건설의 사업 추진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리모델링시장 규모는 올해 17조3천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2025년 37조 원, 2030년 44조 원으로 시장규모가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8년 기준으로 준공 이후 30년이 넘는 건축물은 전체의 37%를 넘는다"며 "리모델링 기술 발전, 정부의 리모델링 활성화정책을 고려할 때 앞으로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