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발행어음사업 진출을 기약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초대형 투자금융사업자(IB)로 지정된 지 3년이 넘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과 유령주식 배당사고 등에 발목이 잡혀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발행어음사업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재용 부회장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와 관련해 또다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삼성증권을 놓고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과 관련해 조사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는데 삼성증권에 제재 등 행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이 부회장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2017년 발행어음사업 진출에 차질을 빚은 데 이어 금융회사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발행어음사업 관련 불확실성이 수년 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대주주를 상대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거나 금융당국 혹은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는 등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는 금융회사를 두고 발행어음사업을 비롯한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를 보류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삼성증권은 2017년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 인가를 받을 때 발행어음사업을 제외한 인가만 승인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실질적 대주주인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관련 재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국정농단 재판은 파기환송심만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불법승계 의혹과 관련한 재판이 22일 시작되는 데 따라 삼성증권은 또 다시 재판결과가 나올 때까지 발행어음사업을 추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9월1일 이 부회장 등 삼성 고위 관계자들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행위,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 부회장 등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 주가가 높게 형성되고 반대로 삼성물산 주가는 하락하도록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 부회장 관련 검찰 공소장에 48회 등장하는데 이를 놓고 삼성증권이 각종 부정거래에 빈번하게 동원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에 금감원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삼성증권의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증권사와 임직원 등을 제재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의 승계 의혹과 관련해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12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삼성증권으로서는 이 부회장의 재판으로 초대형 투자금융사업자에게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발행어음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에 더해 대표이사가 국정감사에 출석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장 사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할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됐더라도 출석 3일 전까지 불출석 사유를 제출하고 정무위에서 합당하다고 받아들이면 불출석이 허용된다.
다만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동행명령을 내릴 수 있고 3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삼성증권은 2018년 유령주식 배당 사고로 금융위원회로부터 6개월간 일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이상의 제재를 받은 금융회사는 2년 동안 신규사업 인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삼성증권은 2021년 1월까지 발행어음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삼성증권으로서는 4개월여가 지나면 제재에 따른 족쇄가 풀리는데 이 부회장이 새로운 재판을 받게 되면서 발행어음사업 진출에 또 다른 장애물을 만난 상황이 더욱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
발행어음은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자체 신용에 따라 발행하는 만기 1년 안의 어음이다.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초대형 투자은행의 핵심사업으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