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구본환 사장 뒤를 이을 새 사장 선임절차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부터 면세점 공실, 코로나19 위기 대응 등 현안이 쌓여있어 사장 자리를 장기간 자리를 비워두기에는 부담이 크다.
▲ 16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대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28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구본환 사장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해임 의결에 맞서 행정소송을 내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으나 12월까지는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이끌 새 사장이 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임 사장 공모부터 면접, 이사회, 주주총회 등 사장 선임에 꼭 필요한 절차를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 사장 해임의 최종 결정은 이르면 추석 전, 늦어도 10월 초에는 결정이 될 것이라는 말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안팎에서 나오는 만큼 10월에는 새 사장 공모 절차가 바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국토부의 구 사장 해임 건의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빠르게 통과된 만큼 그 이후 절차도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통상 공기업 사장 선임에는 사장 공모부터 임명까지 3개월 이상 걸린다. 갑작스럽게 사장이 해임되거나 사직한 때에는 공백기간이 더 길었다.
국민연금공단은 7개월 동안의 공백 이후 올해 8월에서야 김용진 신임 이사장이 선임됐다.
김성주 전 국민연금공단 사장이 1월 총선 출마를 위해 사임한 뒤 4개월이 지난 5월에서야 이사장 공모에 들어가 8월 새 이사장이 결정됐다.
국토정보공사의 상황도 비슷했다. 올해 4월 최창학 전 국토정보공사 사장이 직원 갑횡포 등의 논란으로 해임된 뒤 국토정보공사는 5개월 동안 사장 자리가 비어 있다가 9월에서야 김정렬 신임 사장이 취임했다.
구 사장 뒤를 이을 인천국제공항공사 신임 사장 선임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는 것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쌓여있는 현안들을 빠르게 해결해야할 필요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뿐만 아니라 면세점 공실문제, 골프장사업자 재선정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쌓여있다. 사장 자리가 장기간 공석이 되면 현안 해결이 미뤄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안에 보안검색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정규직노동조합뿐만 아니라 고용불안을 우려한 보안검색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에 비정규직 직접고용 관련 자문을 받기 위한 컨설팅단조차도 꾸리지 못하고 있다.
다음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제청하는 국토부도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직접고용이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된 만큼 이 문제를 빨리 마무리하고 싶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컨설팅단 구성은 사실상 중단됐다”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컨설팅단 추진을 이끌어야하지만
구본환 사장 해임 논란으로 시끄러워 이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임 사장이 온 뒤에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한 논의를 다시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당장 눈앞에 닥친 면세점 공실문제도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의 면세점은 그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며 면세점사업자들이 입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을 운영할 다음 사업자를 찾지 못하면서 9월부터 이미 일부 면세점 공실이 발생했다.
3차 입찰이 시작됐음에도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하며 다음 사업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3차 입찰도 전부 유찰되면 수의계약(상대를 임의로 선택해 체결하는 계약)을 진행해야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과정에서 적절한 ‘당근책’을 제시해 면세점업계의 입찰 참여를 이끌어내는 등 협상을 이끌어야 할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자리가 비어있다면 면세점 공실기간은 더욱 길어질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실적이 크게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관련 대책 마련도 시급해 장기간 사장 자리를 비워두기는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자체적으로 올해 매출 1조2494억 원, 순손실 3244억 원을 볼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55% 줄고 순손실을 보며 적자로 전환하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9년 매출 2조8265억 원, 순이익 8634억 원을 거뒀다.
구 사장은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9월 초 국토부가 자진사퇴를 강요했는데 거부했다”며 “국토부가 7일 속전속결로 해임 건의안을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상정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24일 회의를 열고 국토부의 구 사장 해임 건의를 의결했다. 국토부가 구 사장의 해임을 건의한 지 약 2주 만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음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임명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기 적절하지 않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