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이 서울 동작구 흑석11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해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부진을 털어낼 수 있을까?
흑석11구역 재개발사업에 경쟁사들이 모두 고급 브랜드를 내세운 전략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여 권 사장은 평소 수주전보다 더욱 차별화한 수주전략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20일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흑석11구역 재개발사업은 이르면 11월에 시공사 선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흑석11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부터 준공까지 지원하는 ‘도시건축 혁신정책’ 사업지인만큼 원활하게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흑석11구역 재개발조합은 2일 임시총회를 열고 사업시행계획 의결을 마쳤다. 서울시가 사업시행계획을 인가하면 바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절차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권 사장은 흑석11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이 다가오면서 수주전략을 짜는데 힘을 쏟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어 흑석11구역 재개발사업 수주로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권 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첫 해인 올해 HDC현대산업개발은 도시정비사업에서 8월까지 5678억 원의 수주를 확보하는 그쳤다.
최근 5년 동안 HDC현대산업개발은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이 1조 원을 밑돈 적이 없다.
부산 남구 대연8구역 등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도시정비사업장이 남아 있지만 4500억 원 규모인 흑석11구역 수주가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1조 원 달성의 열쇠가 될 가능성이 크다.
흑석11구역은 사업 규모뿐만 아니라 사업성, 상징성까지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올해 서울에서 마지막 도시정비사업장으로 여겨지는 데다 반포와 맞닿아 있고 한강 조망도 가능해 가치가 높은 지역이라는 것이다.
권 사장으로서는 흑석11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에 욕심을 낼 수 밖에 없지만 문제는 다른 건설사들과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흑석11구역 재개발사업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고급 아파트 브랜드를 내세우는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디에이치를 흑석11구역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고 대우건설 관계자는 “흑석11구역 입찰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푸르지오 써밋을 제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별도의 고급 아파트 브랜드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권 사장으로서는 차별화한 수주전략으로 조합원들의 표심을 잡아야 하는 셈이다.
권 사장이 이전부터 수주영업과 수주전략 수립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도시정비업계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상당히 파격적 조건을 내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흑석동 일대의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권 사장이 후분양을 흑석11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제안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흑석7구역을 재개발한 흑석 아크로리버하임은 최근 전용 84㎡ 실거래가가 19억 원에 이르렀다.
2018년 11월 분양가가 7억8천만 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년이 안 되는 기간에 2배 넘게 가격이 오른 것이다.
흑석뉴타운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지역이라 흑석11구역 분양가도 아크로리버하임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부동산개발업계는 보고 있다.
실거래가와 분양가의 차이가 큰 만큼 분양가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후분양을 제안한다면 조합원들이 HDC현대산업개발을 지지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권 사장이 흑석11구역 재개발사업 수주를 위해 대규모 사업촉진비를 입찰제안에 담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로 운영자금이 넉넉해지면서 전략적 사업지에 집중할 만한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흑석11구역 재개발사업에 참여할 것이라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수주전략을 놓고는 말을 아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흑석11구역은 전략 사업지로서 수주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지역”이라면서도 “수주전략 가운데 현재로서는 공개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