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주요 계열사 CEO에 모험자본 공급 확대와 사회적가치 창출,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평가에 반영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조 회장이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맞춘 신한금융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새 평가기준에 따라 연말인사에서 사장단 진용도 대대적으로 재편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20일 금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금융권 연말인사에서 대규모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대부분의 금융지주사가 경기침체에 대응해 변화보다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를 실시했던 만큼 올해는 변화폭이 상대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임기가 만료된 사장단 8명 가운데 7명을 유임했는데 올해 말에도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 등 대부분 계열사 대표 임기가 만료된다.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 상황이 급변해 금융회사 경영자가 갖춰야 할 역량의 기준도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게 된 점도 올해 대규모 세대교체 인사가 이뤄질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계열사 CEO 인사평가에 적용하는 기준을 올해 들어 빠르게 바꿔내고 있는 점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사회적가치 창출 증대와 모험자본 공급 확대, 디지털 역량 강화 등을 추진하면서 계열사 CEO도 이런 변화를 발빠르게 따라가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당장 올해 연말인사부터 이런 기준이 CEO 평가에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조 회장이 추진하는 변화에 더 우수한 역량과 잠재력을 갖춘 사장단이 대거 합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맞는 금융의 사회적 역할 강화,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한 노력과 디지털분야 리더십 확보 등을 CEO 인사평가 기준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한금융이 금융시장의 환경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입지를 지키려면 사회와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고 벤처투자 등 신사업과 디지털 기반 비대면채널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 회장은 이런 변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신한금융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안고 계열사 CEO를 향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올해 연말인사에서 CEO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지표는 계열사 사회적가치 창출 성과와 모험자본 공급 성과, 디지털채널을 통한 수익 비중과 디지털 전환 성과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말부터 연세대학교와 협력해 금융권 최초로 사회공헌사업 등이 실제로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가치를 수치화해 측정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사회적가치 측정모델을 통해 평가한 각 계열사 사회공헌 성과가 CEO 평가에 반영될 공산이 크다.
조 회장이 앞으로 5년 동안 신한금융에서 85조 원 규모 모험자본을 공급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내놓은 만큼 각 계열사의 자금 공급 실적도 인사평가에 한 축으로 포함될 수 있다.
신한금융에서 올해 초 도입한 '디지털 후견인'제도 역시 평가에 중요한 기준이 될 공산이 크다.
조 회장이 신한금융 계열사 CEO에 특정 디지털 기술분야를 맡아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다른 계열사와 협업기회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한 만큼 직접적으로 과제를 제시한 셈이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신한금융 사장단 연말인사 규모는 조 회장이 내놓은 사회적가치 창출과 모험자본 공급, 디지털 전환 등 '수행평가' 과제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행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 임기만료를 앞둔 신한금융 계열사 CEO들은 이에 맞춰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신한은행은 앞으로 신한금융 사회적가치 측정체계를 금융상품 개발 등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모험자본 공급 확대에도 힘쓰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유망산업 업종 기업을 대상으로 동산 담보대출과 지적재산권 담보대출 등을 활성화할 것"이라며 "한국판 뉴딜에 특화한 금융상품도 만들어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빅데이터기술 디지털 후견인을 맡은
임영진 사장은 신한카드 데이터사업을 새 수익원으로 키우려 노력하는 한편 빅데이터기술을 소상공인 지원 등 사회공헌사업에도 적극 활용해 디지털 역량 강화와 사회적가치 창출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헬스케어 디지털 후견인에 오른
성대규 사장은 최근 신한생명에 신생기업과 협업을 통해 헬스케어 관련된 기술을 연구하고 사업화 가능성을 찾는 전담 연구센터를 신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처럼 신한금융 CEO들이 연말인사를 앞두고 조 회장이 추진하는 그룹 차원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 실행하는 변화가 당분간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9월 초 신한금융 계열사 CEO와 화상회의에서 "모든 계열사가 모험자본 공급 확대에 적극적으로 힘을 모으는 한편 디지털 등 신성장산업에서 도약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