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차 관련 산업을 놓고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이에 힘입어 미래차부품사업을 키우고 있는 한온시스템을 향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는 2040년이 되면 전체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58%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한온시스템은 2분기에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플랫폼에 들어가는 2차 공조시스템을 추가 수주했고 다른 주요 업체에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공급한다”며 “히트펌프와 친환경 냉매 기술을 기반으로 추가 수주가 기대되고 전기차뿐 아니라 수소차에 대응 가능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한온시스템은 내연기관부품 위주에서 친환경차 등 미래차부품사업으로 체질 개선을 하고 있다.
수소차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부품인 스택에 공기를 공급하는 공기압축기와 스택을 냉각하기 위한 고전압 쿨링팬 모터 등을 공급한다.
한온시스템의 신규수주에서 전기차 등 관련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44%에서 2018년 63%, 2019년 71%, 2020년(1월~7월) 80%로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미래차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데 관련 기업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며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한온시스템 주가도 8월12일 장중 1만4150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인 2017년 10월27일의 1만4700원에 가까운 수준을 보였다.
거래량 또한 급증했다. 8월12일 한온시스템 주식 거래량은 2200만 주를 넘어 최근 10년을 기준으로 최고치를 나타냈으며 9월 들어서도 17일 660만 주, 18일 260만 주를 웃돌았다.
한상원 사장으로서는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을 매각하고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데 시장의 관심과 주가 추세가 반가울 것으로 보인다.
미래차시장을 향한 기대감과 관심에 힘입어 한온시스템을 높은 값에 매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을 인수한 지 6년을 채워가는 만큼 조만간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은 꾸준히 나온다. 보통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하고 5년 정도가 지나면 투자금 회수를 위해 매각을 시도한다.
다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완성차시장이 위축됐고 그에 따라 자동차부품업체 특히 내연기관 부품회사들이 불황을 겪고 있는 점은 한 사장이 매각시기를 정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온시스템이 친환경차 관련 부품사업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지만 매출에서 내연기관부품사업 비중은 80%가량으로 여전히 높다. 업계 전반에 퍼진 불황은 미래차시장을 향한 기대감을 누르고 한온시스템의 기업가치 하락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품업체들이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면 한앤컴퍼니를 인수할 만한 잠재적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을 두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우선매수청구권을 지니고 있는 점 또한 투자금 회수와 관련해 한 사장의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사장으로서는 어려움에 처한 부품회사들 가운데 원매자를 찾는 것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한온시스템을 매각하는 편을 선호할 수 있다. 문제는 최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럽기 때문에 사업 확장을 추진할 여력이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형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동생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사이 경영권 분쟁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2014년 12월 한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의 지분 50.5%를 약 2조8400억 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약 1조1천억 원에 우선매수권과 지분 19.49%를 사들여 2대주주에 올랐다.
우선매수청구권에 따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을 매각할 때 한온시스템 지분을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