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제조 73년의 역사를 써온 행남자기의 주인이 바뀐다.
김유석 행남자기 대표와 오너 일가는 보유한 주식 229만8651주(총 발행주식의 36.89%) 가운데 229만 1756주를 더미디어와 진광호씨에게 주당 8730원에 매각한다고 12일 밝혔다.
매각대금은 200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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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석 행남자기 대표. |
행남자기는 “김 대표 등이 계약금으로 20억 원을 우선 받고 잔금은 주주총회 개최 예정일 전에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행남자기 지분은 더미디어가 25.75%를, 진광호씨가 11.03%를 각각 보유하게 된다.
더미디어는 인터넷방송 서비스업체이고 진씨는 개인투자자다. 이들은 행남자기 지분 인수 목적을 ‘경영 참여’라고 밝혔다.
김유석 대표는 “가족들과 충분히 논의를 한 뒤 결정한 것”이라며 “오랫동안 도자기 사업을 지속해 왔지만 더이상 하기 어렵다는 판단해 지분 대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행남자기는 국내 도자기업계에서 ‘산증인’으로 통한다.
고 김창훈 회장이 1942년 전남 목포에서 행남사라는 상호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 뒤 행남특수도기와 1980년 합병해 1994년 지금의 행남자기로 이름을 바꿨다.
행남자기는 1953년 국내 최초로 커피잔 세트를 내놓았다. 소의 뼛가루를 섞어서 구워낸 ‘본차이나’ 도자기를 자체 기술로 개발해 해외에 수출하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행남자기가 만든 식기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공식만찬 석상에서 사용되기도 했다.
행남자기는 2000년대 후반부터 경영적 어려움을 겪었다.
플라스틱, 유리 내열 용기 등 실용성을 강조한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도자기 제품을 찾는 수요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최근 몇 년 사이 도자기를 ‘세트’로 구입하는 신혼부부가 크게 줄어들었다. 행남자기의 홈세트 판매비중은 10년 70%에서 최근 50%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1인가구 수의 증가도 악재로 작용했다.
게다가 중국산 저가제품이 밀려들어 오고 해외의 고급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행남자기를 포함한 국내 도자기업체들의 입지는 좁아졌다.
국내 도자기시장은 3천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한국도자기, 행남자기, 젠한국 등 빅3가 차지하는 매출은 1천억 원대에 불과하다. 시장의 60% 이상을 외국산 제품들이 차지하고 있다.
행남자기 매출은 2012년 461억 원이었으나 2013년 439억 원, 2014년 424억 원으로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영업손실 24억 원을 봐 전년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행남자기는 부진의 돌파구를 찾아 태양전지, 로봇청소기 등의 신사업으로 사업다각화를 시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철수했다. 그 뒤 화장품, 의료기기 쪽으로도 도전했지만 자금난으로 사업을 접어야 했다.
도자기업계의 어려움은 행남자기에 그치지 않는다. 업계 1위인 한국도자기는 7월 창립 70년 만에 한달 동안 공장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