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당뇨 치료제로 개발을 중단하고 다양한 대사질환 증후군 치료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로 했다.
권세창 사장은 대사질환 가운데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먼저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 외에도 GLP-1 계열의 약물로 ‘HM12525A’와 ‘HM15211’를 보유하고 있는데 모두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특히 HM12525A는 8월4일 기존 적응증을 바꿔 글로벌제약사 MSD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로 기술수출하기도 했다. 당초 비만 및 당뇨 치료제로 개발되다 2019년 7월에 반환됐다.
권 사장은 HM12525A를 기술수출하면서 “비만당뇨 치료 신약으로 개발되던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을 포함한 만성 대사성 질환 치료제로의 확대 개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며 “대사질환 영역에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 MSD와 함께 혁신적인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GLP-1 계열의 HM15211은 미국에서 임상1상을 마쳤으며 7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신속처리대상(패스트트랙)에 지정되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8월 유럽간학회(EASL)에서 안전성과 내약성 및 지방간 감소 효능이 확인됐다는 임상1상 결과를 공개하는 등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주요 원인이 과도한 지방과 당의 축적으로 발생하는 비만으로 인식되면서 비만 치료제로 효능을 보이고 있는 GLP-1 계열이 새로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에페글레나타이드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이라는 점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로서 개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GLP-1은 인슐린을 분비하고 식욕억제를 돕는 작용기전을 지닌 호르몬으로 비만 치료제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 국내외 제약사들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 개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GLP-1 계열의 약물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올해 5월 GLP-1 계열의 약물 ‘세마글루타이드’의 임상2상 연구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2019년 7월에는 유한양행이 글로벌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 후보물질 ‘YH25724’를 1조50억 원에 기술수출했는데 이 약물도 GLP-1계열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란 알코올 섭취와 무관하게 간에 중성지방이 축적돼 간세포가 괴사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당뇨, 비만, 콜레스테롤 등의 대사질환과 관련이 있지만 정확한 발병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현재까지 출시된 치료제도 없다.
시장 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파마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의 글로벌시장 규모가 2024년에 17억 달러(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반환받은 치료제를 다시 기술수출한 사례를 살펴보면 한미약품이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다시 기술수출하더라도 처음 기술수출했을 때보다는 반환의무 없는 계약금 규모가 많이 줄어들 수 있다.
8월4일에 한미약품이 MSD에 HM12525A를 수출한 계약의 규모는 최대 8억7천만 달러에 이르지만 계약금은 1천만 달러에 불과하다.
반면 2015년 7월 글로벌제약사 얀센에 처음 HM12525A를 비만 및 당뇨 치료제로 기술수출했을 때는 전체 계약 규모는 최대 9억1500만 달러에 반환의무 없는 계약금 규모만 1억500만 달러였다.
또 앞으로 새로운 파트너사를 찾기까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연구개발을 계속해야 함에 따라 늘어날 비용은 한미약품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사노피의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중단 결정에 따라 한미약품은 향후 여러 가능성을 놓고 개발방향을 모색할 것"이라며 "사노피에 지급해야할 연구비 분담액의 비용처리 부분은 현재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