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권에 따르면 앞으로 산업은행을 비롯해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한 뒤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내놔야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채권단은 출자전환 등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취득해 최대주주로 올라 경영진 쇄신과 구조조정 등 체질 개선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8천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출자전환하면 지분율이 37%까지 올라가 금호산업(31%)보다 많아진다.
코로나19로 항공업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원매자를 찾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결국 산업은행이 기존 KDB생명, 대우건설에 이어 아시아나항공까지 한동안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대우건설도 여전히 산업은행의 묵은 과제로 남아있다. 대우건설 매각은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맡고 있는데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어 존재감이 희미하다.
대우건설 매각도 주가 등을 고려할 때 먼 일로 보인다. 대우건설 주가는 3천 원 안팎에 머물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동걸 회장은 2019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2년 정도 시간을 둔 다음 시기가 좋아지면 기업가치를 높여서 하겠다”고 말했는데 1년 안에 기업가치가 크게 뛸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대우건설은 실적 불확실성, 시공능력평가 순위 하락 등으로 매물로서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2분기에 코로나19로 부진한 실적을 냈는데 당분간 비슷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지난해보다 한 계단 밀린 6위에 그쳤다. 대우건설은 2017년 시공능력평가 3위에 오른 이후 해마다 한 계단씩 순위가 떨어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금호그룹이 2008년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2009년 6월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그 뒤 매각이 무산되면서 산업은행 품에 안겼다.
KDB생명 매각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산업은행은 JC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이번이 무려 네 번째 매각 시도다.
산업은행은 2010년 초 금호생명을 인수한 뒤 KDB생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KDB생명은 산업은행에 인수되기 직전인 2008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순손실 1954억 원을 내며 당시 22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생명보험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인수하면서 당시에도 뒷말이 나왔다. 산업은행은 그 뒤 2009년 KDB생명 주식을 실제 가치보다 수천억 원 높은 가격에 사들였다는 의혹을 받아 검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금호그룹과 산업은행은 10년이 넘도록 얽히고설킨 관계를 이어왔다.
둘의 인연은 2009년 6월 금호그룹이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등이 채권단 관리로 넘어갔지만 박삼구 전 회장은 산업은행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고 2010년 11월에 다시 경영에 복귀했다. 당시에도 박 전 회장에게 산업은행이 지나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결국 박 전 회장은 우여곡절 끝에 2015년에는 금호산업을 인수하며 그룹 재건의 첫 발을 뗐다.
이동걸 회장은 임기 안에 산업은행과 금호그룹의 지긋지긋한 인연을 끊어낼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대우건설 매각이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된 직후 무산된 데 이어 아시아나항공까지 떠맡게 되면서 질긴 악연을 이어가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