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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필의 미샤, 왜 3위로 추락했나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5-15 15: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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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필의 미샤, 왜 3위로 추락했나  
▲ 서영필 에이블씨앤씨 회장


서영필 회장의 자존심이 구겨졌다. 미샤의 하락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 기준 화장품 브랜드숍 시장 2위로 밀려난 데 이어 올 1분기 업계 3위까지 내려앉았다. 3위로 떨어진 건 미샤가 생긴 이래 처음이다. 과도한 할인정책 등 지금의 미샤를 만들어낸 전략들이 되레 미샤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1분기 영업손실 39억 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고 15일 밝혔다. 매출은 966억 원으로 전년동기보다 0.4% 감소했다.

미샤는 2000년 처음 등장한 이후 국내 화장품 업계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서영필 회장은 화장품이 비싼 이유는 유통비와 마케팅, 용기 및 포장비용 때문이라며 저가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만들었다. 2002년 이화여대와 신림동에 첫 매장을 냈고 이듬해부터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등 저가화장품 브랜드들이 속속 생기기 시작했다.


미샤는 더페이스샵과 10년이 넘게 아슬아슬한 순위경쟁을 펼쳐오다 지난해 3년 만에 1위 자리를 더페이스샵에게 넘겨줬다. 이어 올 1분기 격차가 더 벌어졌고 2위 자리마저 이니스프리에게 빼앗겼다.


미샤의 추락은 이미 업계에서 어느 정도 점쳐졌다. 공교롭게도 지금의 미샤를 만들어낸 전략들이 실적부진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 출혈경쟁 만들어낸 과도한 할인정책


미샤의 강점으로 여겨지던 정기할인이 지금의 부진을 불렀다. 미샤는 2007년 화장품업계 최초로 정기할인을 도입했다. 한 달에 한 번 ‘미샤데이’를 정해 2~3일 간 20~30%의 세일을 진행했다. 또 여름과 겨울 일 년에 두 번은 한 달 내내 최대 50%까지 할인했다.


반값행사나 1+1 행사도 잦았다.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할로윈 데이’ 기념 등 갖은 구실을 붙여 수시로 할인했다. 그러다보니 정가개념이 무너졌고 고객신뢰도 함께 떨어졌다. 잦은 할인이 가격 거품 인식을 심은 것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미샤는 제값주고 사면 바보’라는 말이 돌았다.


여기에 다른 저가화장품회사들도 할인경쟁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됐다. 자연스럽게 수익성은 점차 악화됐다.


지난해 미샤와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등 브랜드숍 5개 기업의 할인일수를 모두 합치면 380일이다. 특히 ‘노세일’ 원칙을 고수하던 더페이스샵이 2012년부터 LG생활건강의 자본력을 등에 업고 처음으로 할인행사를 진행해 미샤가 타격을 입었다.


업계 관계자는 “포화상태에 이른 저가화장품 업계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세일과 같은 출혈 마케팅에 의존하면서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 위주로 순위가 재편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이니스프리가 2위로 약진하며 대기업 양강체제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 ‘약발’ 떨어진 미투제품들


미샤에게 전성기를 가져다 줬던 ‘미투(Me too)’ 제품들이 더 이상 새로운 고객층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미샤의 제품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있다.


미샤는 2011년 7년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했다. 1위 탈환 비결은 미투전략이었다. 고가의 수입화장품 브랜드의 인기제품을 모방해 제품을 만들었다. 모방한 것을 숨기지도 않았다. 제품명과 용기도 비슷하게 만들었다.


광고도 파격적으로 냈다. 두 제품을 나란히 놓고 ‘비교품평을 제안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대놓고 모방제품인 것을 드러내고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는 미샤의 전략은 큰 성공을 거뒀다. 상대회사에서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걸면서 미샤의 제품은 더 유명해졌다.


그러나 명품과 과감하게 비교품평을 제안했던 참신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매출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화제성과 매출을 동시에 잡으며 새로운 소비자를 잔뜩 유입시켰던 첫 해와 달리 이렇다 할 히트상품도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 다른 브랜드숍이 너나 할 것 없이 미투제품을 내놓으며 미샤의 경쟁력은 더 떨어졌다.


지난해 미투제품 중 하나가 허위광고를 한 혐의로 광고업무 정지 행정처분을 받으면서 품질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미샤가 지나치게 미투제품에만 집착했다는 비판도 있다. 연구개발비를 아끼고 큰 어려움 없이 이미 형성된 시장에 안착하려 했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마케팅 비용 증가, 세컨드브랜드 ‘어퓨’의 부진 등도 미샤의 실적저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월 명동에 있던 어퓨매장이 실적부진 때문에 철수하는 일도 있었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화장품 브랜드숍 간의 경쟁심화, 매장확대에 따른 임차료 및 인건비 등 고정비 증가, 광고판촉 등 마케팅 비용 증가 등이 실적부진의 요인으로 파악된다”며 “지난 1분기보다 100개 매장을 추가로 열면서 고정비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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