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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왼쪽)이 지난 2월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오른쪽)과 함께 개인정보 대량유출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을 앞두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우리투자증권은 영업지점 통합과 희망퇴직 신청자 모집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NH농협증권도 명예퇴직을 시행한다.
우리투자증권은 전국 17개 지점과 3개 영업소 등 영업지점 20개를 통합한다고 15일 밝혔다. 다음달 16일부터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통합 과정이 끝나면 우리투자증권 영업지점은 기존 104개에서 84개로 줄어든다.
우리투자증권은 희망퇴직도 함께 진행한다.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14일 긴급 담화로 희망퇴직 시행을 발표했다. 오는 21일까지 신청자를 받아 약 300~400명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전문성과 경쟁력 확보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희망퇴직을 시행한다”며 “이어 점포 효율화 작업과 본사 조직 슬림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과 합병이 기다리고 있는 NH농협증권도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15일부터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지난 2월 안병호 NH농협증권 신임 사장이 취임한 이후 결정된 사항이다.
NH농협증권은 희망퇴직 신청자에게 14개월에서 26개월 사이의 월급을 위로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약 870명인 전체 직원 중 110명 정도를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구조조정은 NH농협금융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두 회사는 이르면 내년 1월 통합법인으로 출범한다. 이 경우 자기자본 4조3천억 원을 넘어가는 증권업계 1위에 오른다.
두 증권사의 구조조정은 통합 전 서로 겹치는 조직과 지점망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증권업의 불황도 구조조정의 원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증권업계가 어려워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단기적으로 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은 증가하나 장기적으로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내부에서 구조조정에 앞서 심각한 갈등이 일었다. NH농협금융에 인수가 결정된 뒤 직원 1천여 명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 노조는 이에 반발해 단체협상을 거부하고 총파업을 결의했다.
그런데 회사가 20년 이상 일한 부장급 직원에게 2억4300만 원을 주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의 퇴직금을 제시하면서 지난 9일 노조와 구조조정 합의를 이뤘다. 노조는 통합 이후 추가로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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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사장 |
우리투자증권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김 사장과 이선재 감사를 제외한 사내이사 25명이 모두 사표를 내기도 했다.
두 회사의 합병 사전작업이 빨라지면서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 회장은 농협금융의 체질을 뜯어고치기 위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다고 누누이 밝혀왔다. 그는 “우리투자증권은 증권업계 1위로 1등 문화를 갖추고 인재들이 모인 조직”이라며 “이런 문화를 반드시 농협금융에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임 회장이 통합법인의 최고경영자(CEO)을 제대로 인선할 때 비로소 농협금융의 체질개선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농협의 ‘실세’인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도 CEO 인선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협의 수장으로서 국내 1위 증권사의 CEO를 결정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통합 증권사 CEO 결정’ 딜레마를 푸는 것이 임 회장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