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0-08-21 15:06:55
확대축소
공유하기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이사가 이르면 올해 안에 2번째 대형 기술수출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스코텍은 현재 류머티즘관절염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데 상용화만 된다면 가격과 편의성 등의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이사.
2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오스코텍의 류머티즘관절염 신약 ‘SKI-O-703’의 임상2a상이 9월 마지막 환자 투약이 끝나면 기술수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SKI-O-703은 면역세포 활성 조절물질인 ‘SYK’를 저해하는 기전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 후보물질이다. SYK 저해제는 그동안 많이 개발됐으나 독성 발현 등과 같은 부작용 때문에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로 사용된 것은 없다.
오스코텍은 휴미라, 엔브렐, 레미케이드 등 기존 TNF-A 계열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로 효과가 없는 환자 153명을 대상으로 SKI-O-703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TNF-A 계열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는 약 2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에 많이 쓰이는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가 비싼 항체 주사제인 것과 달리 SKI-O-703은 먹는 화학(케미컬)의약품으로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상용화되면 저렴한 가격과 복용 편의성 등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I-O-703은 동물실험에서 최초의 경구용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인 화이자의 ‘젤잔스’보다 효능과 부작용에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임상1상에서 독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많은 글로벌제약사들이 SKI-O-703의 임상2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SKI-O-703이 효과만 좋다면 TNF-A 계열 치료제시장까지도 침투할 수 있다”며 “따라서 SKI-O-703이 목표로 삼을 수 있는 시장 자체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스코텍은 9월 환자투약을 마친 뒤 11월 미국 류머티즘학회(ACR)에서 SKI-O-703의 임상2상 중간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결과가 좋다면 올해 안에 기술수출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오스코텍은 이미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으로 대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했던 경험도 있어 류머티즘관절염 신약의 기술수출은 좀 더 수월할 수 있다. 레이저티닙은 유한양행이 2018년 11월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1조4천억 원 규모에 기술수출했는데 오스코텍이 레이저티닙의 원개발사다.
또 비교약물이 있다는 점도 기술수출에서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레이저티닙은 타그리소라는 기존 치료제와 비교되면서 가치가 산정됐는데 SKI-O-703도 ‘R788’라는 비교대상이 있다. R788은 SKI-O-703과 같은 SYK 저해제로 10년여 전 리겔제약이 아스트라제네카에 1조3천억 원에 기술수출했는데 독성문제 때문에 상용화되지 못했다.
SKI-O-703은 R788과 달리 임상1상에서 독성이 전혀 없었고 효능지표는 R788보다 수십 배 뛰어났다. 이를 고려하면 1조3천억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약 개발에서 가장 성공하기 어려운 관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임상에서 유효성 입증이라는 점 감안하면 이번 SYK 저해제가 임상2상에서 유효성 입증했을 때 대규모 기술이전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의 평균 임상2상 성공확률이 22.8%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기대를 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는 시각도 있다. 임상2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면 최종 승인확률은 61.1%로 높아진다.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이사는 서울대학교 치의학 박사를 거쳐 단국대 치과대학 교수를 역임한 교수 출신 경영인이다.
오스코텍은 1998년 김정근 대표가 단국대 교수로 재직할 때 세운 학내벤처로 시작한 바이오기업이다. 김 대표는 사업 초기에는 치과용 뼈 이식재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점차 암, 면역질환으로 연구범위를 확장했다.
오스코텍은 레이저티닙의 대규모 기술이전으로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SKI-O-703이 제2의 ‘레이저티닙’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스코텍 관계자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SKI-O-703은 이미 임상1상까지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했으며 높은 안전성을 보여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며 “환자를 대상으로 한 효능까지 확인되면 신가치가 높아져 기술이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