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타 타케시 효성중공업 중공업부문 대표이사가 중공업부문 적자를 메울 돌파구로 데이터센터사업을 점찍었다.
요코타 대표는 효성중공업이 지닌 전력과 건설기술에 글로벌운영사의 데이터센터 운영경험을 더해 기존 사업과 신사업의 시너지를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19일 효성중공업에 따르면 기존 영상물 제작 자회사였던 에브리쇼를 데이터센터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법인으로 삼는다.
데이터센터 운영경험을 보유한 글로벌회사와 함께 에브리쇼를 40대 60의 합작법인 형태로 운영하기로 했다.
첫 걸음은 이미 뗐다.
효성중공업은 앞서 7월30일 에브리쇼의 3180억 원어치 유상증자에 효성중공업이 1272억 원 규모로 참여하기로 의결했다. 이 출자는 2025년까지 진행된다.
효성중공업은 비밀유지 조건을 들어 유상증자의 횟수나 시기 등 자세한 출자 일정이나 글로벌 운영사 등의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글로벌 운영사가 한국 데이터센터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효성중공업을 협력사로 점찍고 먼저 제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중공업도 사업성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최종적으로 사업진출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전력과 건설기술에 신사업인 데이터센터사업을 접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일종의 전력 소모가 많은 공장"이라며 “효성중공업이 지금까지 생산했던 변압기, 차단기 등 전력기기를 데이터센터에 공급해 제품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력사업 노하우를 데이터센터의 전력관리에 접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효성중공업이 데이터센터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데이터센터시장이 앞으로 연평균 11% 성장할 것"이라며 "효성중공업이 유망한 사업기회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
요코타 대표가 신사업에 뛰어든 것은 중공업부문의 지속적 적자를 개선할 돌파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효성중공업 중공업부문은 2018년 6~12월 영업손실 173억 원 규모를 냈다. 2019년 94억 원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으나 올해 상반기 다시 영업손실 272억 원 규모를 봤다.
중공업부문의 주력사업 중 하나인 초고압변압기를 둘러싼 시장환경도 좋지 않다.
주요 전력기기시장인 미국에서 2021년 초부터 국내 초고압변압기 회사에 최대 6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요코타 대표는 지난해 11월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미쓰비시의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인수하면서 현지 전력기기사업의 돌파구를 찾았지만 하반기 생산량 목표가 200억 수준에 그쳐 기대치에 크게 모자란다.
요코타 대표는 지난해 6월 효성중공업의 기업설명회에서 “앞으로 창의적 기술을 개발해 글로벌 전력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운영경험을 보유한 글로벌회사와 합작은 이를 위한 '창의적' 승부수인 셈이다.
요코타 대표에게 이번 데이터센터사업은 리스크가 큰 도전이다.
요코타 대표가 에브리쇼에 투입하기로 결정한 1272억 원은 효성중공업이 2분기 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 1885억 원의 67.4%에 해당하는 규모다. 2025년까지 분할 출자할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규모가 큰 것은 사실이다.
요코타 대표는 1958년 태어나 1982년부터 30년가량 일본 도시바에서 일했다.
2011년 상무로 승진해 도시바 전력유통시스템사업부장을 지낸 뒤 2016년 도시바 유럽대표 상석상무를 거쳐 2017년 도시바 전력송·배전사업부문 고문을 지냈다.
2018년 효성 부사장으로 옮겨 중공업PG(퍼포먼스그룹)장을 맡았고 2019년 3월 효성중공업 중공업부문 각자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대표이사 선임 당시 효성 관계자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효성중공업을 종합 에너지솔루션회사로 키울 적임자”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