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이 새 주인을 찾기 위해 재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하지 않다.
경영권을 목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투자자인 전략적투자자(SI)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고 인력 구조조정도 넘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 사장.
19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재무적투자자(FI)로 볼 수 있는 사모펀드 2곳과 인수를 협의하는 상황에서 전략적투자자를 찾지 못해 매각주간사를 통해 이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280억 규모의 임금체불 문제와 1700억 원 규모의 미지급금 문제를 안고 있어 그동안 접촉한 투자자들 모두 조직축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인수자에게 미지급금과 임금체불 문제가 전부 인수대금으로 전가되는 만큼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껴 아직까지 전략적투자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스타항공은 대규모 인력감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18일 오후 조종사노조와 근로자 대표를 만나 회사의 재매각을 위해 대대적 인력 감축을 추진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현재 남아있는 1300여명의 직원 가운데 400여명 정도를 남겨두고 나머지 직원은 퇴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직군별로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점을 도출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조종사는 운항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고용유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면서 “반면 일반직군에서는 실업급여나 체당금(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체불임금의 일정 부분을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제도)을 받고 퇴사하겠다는 움직임도 있어 노동자들 사이에 의견일치를 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조종사 노조는 무기한 무급순환 휴직제도를 시행해서 고용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가는 방향을 경영진과 논의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스타항공의 인력감축이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재확산되고 있어 전략적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9일 0시를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97명에 이른다. 신규 확진자는 8월14일 103명을 기록한 뒤 6일 연속 세 자릿수를 보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국내선을 재운항해 전략적 투자자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지지만 운항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항공운항증명(AOC)를 새로 받아야 하는데 이 절차를 밟는 데만 최소 3개월이 필요하다.
또 재운항을 위해서는 200억 원에 이르는 금액과 정비인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비인력도 줄어든 상태인데다가 소속 조종사 전원도 그동안 운항을 하지 못해 운항자격이 상실돼 난항이 예상된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매각주간사를 통해 신규 투자자를 확보해 인수조건을 협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이라며 “법정관리 중이더라도 회생기업에 대한 대출을 통해 국내선 일부 재운항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