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의 해외판매 확대로 흑자전환을 넘어 매출 1조 원을 노리고 있다.
다만 단기간에 흑자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SK바이오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을 냈지만 뇌전증 치료제 판매가 확대되면 이 손실을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뇌전증이란 발작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인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만성화된 질환을 말한다.
SK바이오팜은 올해 2분기에 매출 21억 원, 영업손실 578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 68.3%가 감소하고 영업손실 50.6%가 확대됐는데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의 연구개발과 엑스코프리의 직판에 따른 영업비용 상승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바이오기업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18일 기준 시가총액이 13조 원이 넘는 SK바이오팜의 적자규모가 크다는 시선이 있다.
그러나 SK바이오팜은 6월 말까지 엑스코프리의 미국 내 처방건수가 1천건을 돌파하는 등 앞으로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엑스코프리는 5월12일에 출시됐다.
엑스코프리의 약가는 월 1천 달러(약 118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6월 엑스코프리 처방으로 거둔 매출은 100만 달러(11억8천만 원)에 이르는 셈이다.
SK바이오팜은 비대면 마케팅 전략, 보험계약 체결 확대 등 영업활동을 강화하면 발매 1년이 지나면 안정적으로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7월말 기준으로 미국 보험사의 50% 이상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뇌전증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벨기에 제약사 UCB의 빔펫도 미국 뇌전증 환자의 3~5%에 처방되고 있다"며 "3%만 돼도 연매출 10억 달러 정도가 가능하며 엑스코프리도 이 정도 수치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세계 뇌전증 환자는 6500만 명이다. 이 가운데 미국인 환자수는 340만 명 정도다.
SK바이오팜은 매년 매출 1조5천억 원가량을 내는 빔펫을 비롯한 주요 뇌전증 치료제 대부분의 특허가 만료되는 2022년을 매출 성장의 기회로 바라보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빔펫의 제네릭(화학의약품 복제약)과 개량신약이 많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뇌전증에 관한 완전한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아 병용투여를 원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SK바이오팜은 오히려 이 시기를 매출 증가의 기회로 바라보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치료제 가격 부담 때문에 병용투여를 하지 못했던 환자들이 제네릭과 엑스코프리를 병용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인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18년 기준 62억 달러(7조3천억 원)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미국시장 규모는 60%를 차지한다.
최근 세노바메이트는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으로부터 '유망 혁신 치료제(PIM)'로 지정돼 '의약품 조기접근제도(EAP)'에 도입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올해 3월부터 유럽의약품청(EMA) 판매허가 심사를 밟고 있는데 정식으로 판매되기에 앞서 현지 의료진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셈이다.
SK바이오팜이 기술수출해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면장애 치료제 '수노시'도 유럽의약품청에 신청부터 허가를 받는 데까지 1년 3개월여가 걸린 것을 고려하면 세노바메이트도 2021년 상반기 안에는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내 세노바메이트 정식 판매허가를 받으면 2019년 2월에 스위스 제약사 아벨테라퓨틱스에 기술수출한 계약 내용에 따라 기술수출 수수료 4억3천만 달러(5100억 원)에 제품 판매에 따른 로열티도 수령하게 된다.
유럽에는 약 160만 명의 뇌전증 환자가 있다.
구자용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엑스코프리는 성인 부분발작 환자에 병용투여 외에도 단독투여도 가능하며 난치성 환자 외에도 치료효과가 미미한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며 "미국에서만 1조3천억 원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 외 한국, 중국, 일본에도 세노바메이트를 출시하기 위해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며 "3개 국가에서 따로 임상을 진행하기보다는 아시아 인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