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가 올해 상반기 순이익 규모에서 한국투자증권를 앞질렀다. 이런 기세라면 증권사 연간 순이익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래에셋대우는 안방보험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그 결과가 앞으로 실적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의 올해 연간 순이익 순위에서 미래에셋대우가 한국투자증권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0년 별도기준으로 미래에셋대우가 5830억 원, 한국투자증권은 5060억 원 정도의 순이익을 각각 낼 것으로 전망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과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 등도 올해 미래에셋대우가 연결 기준으로 8천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둬 한국투자증권을 대폭 앞지르는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래에셋대우는 10조 원에 육박하는 압도적 자본을 갖춘 업계 1위 증권사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과 순이익 규모에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한국투자증권은 자본이 5조 원대로 업계 2위다.

미래에셋대우는 순이익 규모에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으로 한국투자증권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2019년 두 회사의 연간 순이익 규모 차이는 약 200억 원이었다. 자본력이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만큼 미래에셋대우으로서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상반기에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4112억 원을 거두면서 한국투자증권과 격차를 2500억 원 가까이 벌렸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1619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미래에셋대우는 하반기에도 개인투자자 증가에 따른 리테일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적쌓기에 더욱 힘을 낼 것으로 보인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증권업계는 위탁매매 관련 수익이 급증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당분간 거래대금 증가와 리테일 수익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2분기에 위탁매매 수수료수익 1899억 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위탁매매 수수료수익 1175억 원과 비교해 우위를 보였다.

특히 미래에셋대우는 개인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는 해외주식부문에서도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해외주식사업은 높은 성장성을 지니고 있다”며 “국내 증권사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의 해외주식 경쟁력이 가장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월 한 달 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3조8297억 원 규모의 해외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액(2조2389억 원) 및 코스닥시장 순매수액(1조6111억 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상반기에 해외주식 수수료 613억 원을 거둬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미래에셋대우의 해외주식 예탁규모는 2019년 2분기 기준 6조3천억 원이었으나 2020년 2분기 기준 11조4천억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다만 중국 안방보험과의 소송이 미래에셋대우의 연간 실적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7조 원 규모의 미국 호텔 매매계약을 두고 안방보험과 법적 다툼 벌이고 있다. 재판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면 이미 지급한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미래에셋그룹과 안방보험 사이 소송은 24일부터 3일 동안 변론기일이 진행된다.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의 1심 판결은 이르면 8월 말 또는 9월 초에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앞서 미래에셋그룹은 2019년 9월 미국 주요거점에 위치한 호텔 15곳을 58억 달러(약 7조1천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5억8천만 달러(약 7천억 원)를 납부했다.

하지만 올해 4월 안방보험이 호텔과 관련된 권원보험 확보에 실패한 점 등을 이유로 안방보험측에 채무 불이행 통지를 보냈다. 5월에는 계약해지 통지서를 발송하고 계약금을 보관하고 있는 에스크로 대리인에게 계약금 반환 요청서를 전달했다.

반면 안방보험은 미래에셋측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호텔 매매계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