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다른 생명보험사들과 달리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저축성보험 판매를 늘리고 있다.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생명의 자본력이 뛰어난 만큼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저축성보험 보유에 따른 부채부담이 크지 않고 단기 수익에 보탬이 되는 저축성보험 판매를 굳이 줄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저축성보험 판매 증가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삼성생명이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거둔 초회보험료는 892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6.1% 증가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하반기 방카슈랑스 채널 영업전략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새 국제보험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대다수의 생명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판매를 줄이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5월 기준 삼성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생명보험사의 방카슈랑스 채널 초회보험료는 1조3314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0.8% 감소했다.
삼성생명과 함께 빅3로 꼽히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0.3%, 3.4% 감소했다.
생명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판매를 줄이는 것은 방카슈랑스에서 주로 팔리는 상품이 저축성보험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국제보험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저축성보험을 보유할수록 책임준비금 부담이 커진다.
삼성생명의 저축성보험 판매가 늘어난 데에는 공시이율 차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시이율은 은행 정기예금이율이나 회사채, 국고채의 수익률 등 시중금리와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을 고려해 일정기간마다 공시하는 상품별 이율을 말한다. 주로 저축, 연금 등 저축성보험에 적용된다.
삼성생명은 올해 들어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을 달마다 낮춰왔지만 여전히 한화생명이나 교보생명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8월 기준 삼성생명의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은 2.41%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을 각각 2.4%, 2.38%다.
고객이 저축성보험 가입을 고려할 때 이율을 따진다면 한화생명이나 교보생명보다는 삼성생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전영묵 사장은 공시이율 인하, 방카슈랑스 채널 영업전략 변경 등을 통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지 않더라도 저축성보험에 따른 부채부담을 내부적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의 자본력이 경쟁사들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저축성보험 판매가 늘어 새 국제보험회계기준 도입 이후 책임준비금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크게 부담이 안 된다는 것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생명의 자기자본은 35조7940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5.1% 늘었다. 올해 1분기와 비교해도 2.6% 증가했다. 지급여력(RBC)비율은 337.2%로 업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한화생명의 자기자본은 14조9781억 원, 교보생명은 13조3932억 원 수준이다.
반면 2분기 기준 삼성생명의 전체 수입보험료 가운데 방카슈랑스 채널의 비중은 10%에 채 못 미친다.
전 사장은 단기 수익에 보탬이 되는 저축성보험 판매를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도 보인다.
주로 달마다 보험료를 내는 보장성보험과 달리 저축성보험은 처음 가입할 때 목돈의 보험료를 한 번에 납부해야 하는 일이 많다. 보험사로서는 많은 보험료 수익을 빠르게 거둘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생명은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 6785억 원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0.3% 줄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