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재입찰에서 흥행을 장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대폭 완화된 면세점 임대료 조건을 내걸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면세점업계는 더욱 완화된 조건이 나오길 바라고 있다.
16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면세점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재입찰 임대료 조건을 두고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면세점업계가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번 재입찰에서 처음으로 최소보장금 없이 매출에 연동한 '매출연동제' 방식으로 임대료를 받는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다만 매출연동제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없던 2019년을 기준으로 월별 여객 수요의 60% 이상을 회복할 때까지 유지된다는 단서가 붙었다. 이후에는 기존의 비교징수 방식대로 임대료를 내야한다.
이에 더해 입찰로 정해지는 임대료 예정가격(최저 수용 가능금액)도 1차 입찰보다 30% 낮췄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여객 증감율에 연동해 최소보장액을 최대 9%까지 낮추기로 했던 변동 하한기준도 없앴다.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그동안 비교징수 방식을 통해 최소 고정임대료 이상의 수익을 보장받기를 고집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완화된 조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그동안 입찰을 통해 결정되는 최소보장액과 매출에 업종별 요율을 곱한 값을 비교해 더 높은 금액을 임대료로 받는 비교징수 방식으로 임대료를 책정해왔다.
하지만 이런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대폭 완화된 조건에도 면세점업계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면세점업계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더욱 완화된 조건을 내놔야한다는 것이다.
면세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이번 제1터미널 면세점 재입찰 조건을 완화한 것은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이번에 내건 매출연동제 조건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9년 기준 월별 여객수요의 60%가 회복될 때까지만 매출연동제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놓고 “여객수요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만 회복되면 임대료를 기존과 같이 모두 받겠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매출이 온전히 회복된 뒤에 임대료를 기존과 같이 받는다는 조건이라면 모를까 여객수요의 60%밖에 회복되지 않았는데도 매출연동제를 중단한다는 것은 면세점업계의 어려움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시적으로 매출연동제를 도입하기로 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달리 한국공항공사는 국토교통부가 2017년 매출연동제를 도입한 이후 2018년부터 계약을 맺은 면세점업체에게는 매출연동제를 적용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2018년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김포국제공항에 입점해 월 단위로 매출 증감 추이를 반영한 임대료를 납부하고 있다.
면세점업계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매출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월 이후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1월 국내 면세점업계의 매출은 2조247억 원이었지만 2월에는 1조1천억 원 수준에 그쳤다. 4월에는 매출 9867억 원을 거두며 1조 원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5월과 6월에는 매출이 다시 1조 원 이상으로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의 매출도 급감했다.
신세계는 면세점부문의 부진으로 2분기에 매출이 크게 줄었다. 백화점사업부문은 2분기에 매출 3539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3.7%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면세점부문의 매출은 310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59.6% 감소했다.
이번 재입찰 대상이 된 제1터미널 면세구역은 2월 말 진행한 입찰에서 유찰된 2곳과 코로나19 사태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기업이 사업권을 포기한 4곳 등 모두 6곳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공항 이용객이 급감하자 2월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롯데, 신라, 그랜드관광호텔, 시티플러스 등 4개 기업은 계약을 포기했다.
이번 제1터미널 면세점 입찰 신청기간은 9월7일부터 14일까지다. 이후 일정은 내년 2월 공항 입주를 목표로 진행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면세점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감안해 이번 재입찰에서 임대료 조건을 크게 완화했다”며 “아직 면세점 재입찰 마감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입찰 흥행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