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4대강사업의 홍수 예방 실효성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맡았다.
조명래 장관은 실증조사를 통해 4대강 사업이 이번 장마철 홍수 피해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를 밝혀 논란에 마침표를 찍고 보의 향후 처리 방향에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4대강사업의 홍수 방지 기능을 놓고 공방을 펼치고 있어 실증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4일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50일가량 이어진 장마로 생긴 홍수 피해 경험을 바탕으로 4대강사업의 홍수 예방 기능 실증조사에 착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조 장관은 그동안 실증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는데 이번 조사를 통해 4대강사업의 효과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할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과거 2차례 조사를 진행했지만 홍수상황을 가정해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얻은 결과인 만큼 실제 홍수를 기반으로 한 ‘실증분석’ 결과는 논란의 여지를 없애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의미가 큰 만큼 조 장관은 실증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하는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4대강 보 시설물의 실질적 운영과 홍수 관리 자체가 환경부의 몫인데다 이번 실증조사 결과가 4대강 보의 '운명'을 결정 지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조사의 객관성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실증조사에 참여할 인력 구성에서부터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증조사를 통해 4대강사업이 홍수 방지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4대강의 16개 보는 철거쪽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보가 물의 흐름을 막고 있어 수질이 악화됐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기 때문이다.
조 장관으로서는 여야가 4대강 보의 홍수 예방 실효성을 놓고 날을 세우고 있는 만큼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시점도 고민일 수밖에 없다. 2021년 4월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조사결과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본격적 실증조사는 다음주부터 시작할 예정”이라면서도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4대강 보 홍수 방지 기능과 관련해 서로 반대되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실증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된다는 점도 조 장관에게는 부담일 수 있다.
미래통합당은 섬진강 유역의 폭우 피해를 두고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때 야당이던 민주당이 반대한 탓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섬진강이 4대강사업에서 빠진 것이 다행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번 홍수를 겪으면서 그것도 잘못된 판단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진석 통합당 의원도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4대강사업을 끝낸 이후 지류 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과 정부는 4대강사업으로 보가 물 흐름을 방해해 둑이 터졌기 때문에 홍수 피해가 커졌다고 반박한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낙동강 강둑이 터진 가장 큰 이유는 4대강으로 건설한 보가 물의 흐름을 방해해 수위가 높아지면서 강둑이 못 견딜 정도로 수압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4대강 보의 홍수 예방효과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는 이미 2차례 진행됐다.
박근혜 대통령 때인 2014년 12월 4대강 사업조사평가위원회가 조사를 진행했고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인 2018년 7월 감사원이 4대강사업을 평가하는 감사를 벌였다.
2차례 조사에서 모두 “4대강에 설치한 보 16개는 홍수 예방효과가 없고 오히려 홍수위를 일부 상승시켜 홍수 방지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4대강사업을 찬성하는 쪽은 조사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환경부에“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회”라며 “댐의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과 함께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한다”고 지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