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새로운 주택공급모델인 ‘지분적립형 주택’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다만 지분적립형 주택이 늘어날수록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재무적 부담도 커지는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가 사업 확대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서울주택도시공사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본사 전경. <서울주택도시공사> |
10일 서울주택도시공사에 따르면 서울시와 발맞춰 향후 공급할 공공주택 물량 가운데 지분적립형 주택의 비중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가 소유한 부지의 주택공급 물량에서 절반 이상을 지분적립형 주택으로 세우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2028년까지 공공과 민간을 합쳐 1만7천 호를 공급할 방침을 세웠다.
서울주택도시공사와 서울시는 미국과 영국, 핀란드 등의 지분공유형 주택을 선례로 삼아 연구를 진행한 끝에 지분적립형 주택 모델을 개발했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입주자가 주택의 일정 지분(20~40%)를 사들인 다음 20~30년 동안 임대료를 내면서 남은 지분도 천천히 매입해 최종적으로 주택을 100% 소유하는 방식을 말한다.
지분적립형 주택 입주자는 처음 집을 살 때 20~40% 지분만큼의 돈만 내면 되기 때문에 초기자금 부담이 덜하면서 장기적으로 ‘내 집 마련’도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고려해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지분적립형 주택모델의 주요 목표를 주택 실수요층의 비중이 높은 30~40대로 잡고 있다.
이 모델은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정책에도 포함됐다. 정부는 서울시 노원구 하계5단지를 지분적립형 주택 시범사업지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관계자는 “하계5단지 외에도 수도권 주택공급대책에 들어간 서울시 내 유휴부지 등에 지분적립형 주택모델을 적용할 것”이라며 “임대료 등의 세부사항을 확정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서울시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지분적립형 주택모델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의 공공분양주택을 처음부터 지분적립형 주택으로 지을 수 있도록 주택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지분적립형 주택을 많이 분양할수록 초기 재원부담도 커진다. 이 때문에 회사채 발행 등이 늘어나면서 부채가 단기간에 증가할 위험성이 생긴다.
서울시내의 평균 아파트값 9억 원을 지분적립형 주택에 적용하면 입주자는 입주할 때 40% 지분만큼인 3억6천만 원을 낸다. 나머지 5억4천만 원은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부담한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공급 목표치인 1만7천 가구 가운데 1만 가구를 공공분양한다면 전체 5조4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셈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2018년 기준 부채비율이 188.2%로 재무구조가 비교적 양호한 편이지만 향후 경제상황에 따라 재무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분적립형 주택과 비슷한 ‘분납형 임대아파트’ 모델을 2008년 도입했지만 재무부담 문제로 사업 확대에 사실상 실패한 전례도 있다.
이를 고려해 서울주택도시공사는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지분적립형 주택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리츠를 세운 뒤 지분적립형 주택사업을 위탁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지분적립형 주택이 늘어나도 서울주택도시공사의 부채가 직접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
서울주택도시공사 관계자는 “재무관리 문제도 지분적립형 모델의 세부사항을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하는 문제”라며 “현재는 주택법 개정을 최대한 지원하면서 리츠 설립 등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