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한 차세대 전기차 브랜드를 ‘아이오닉’으로 정한 데는 현대차의 기존 친환경차 모델 아이오닉이 지닌 역사적 의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아이오닉은 전기적 힘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이온(Ion)과 유니크(Unique)를 합친 말로 현대차는 2012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콘셉트카를 선보이며 아이오닉(i-oniq)이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했다.
이후 2015년 말 미래 모빌리티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친환경 전용 차량의 명칭을 아이오닉으로 결정하고 지금껏 아이오닉 이름을 달고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순수전기차 등을 출시했다.
현대차가 국내 판매에서 인기를 끌지 못했던 아이오닉을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론칭한 것은 아이오닉이 지닌 친환경 이미지를 이어가려는 뜻이 담겨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아이오닉 브랜드는 미래 지향적이면서도 순수한 친환경 기술을 상징하는 기존 아이오닉의 헤리티지를 계승한다”며 “기존 아이오닉의 철학과 전통을 기반으로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선사하는 브랜드로 새롭게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또한 내년부터 본격화될 전기차에서 현대차의 과거 전통과 역사를 소환해 적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의 역사를 중시한다는 점은 아이오닉이 내놓을 다음 차종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을 새로 론칭하며 내년 출시하는 준중형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량)인 ‘아이오닉5’ 이후 2022년 중형세단 ‘아이오닉6’, 2024년 대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아이오닉7’을 연달아 내놓을 계획을 밝혔다.
앞으로 4년 동안 출시할 차세대 전기차 3종의 차종을 모두 다르게 선택한 셈인데 아이오닉6과 아이오닉7은 지금의 현대차를 있게 한 중형세단 ‘쏘나타’와 대형SUV ‘갤로퍼’를 떠올리게 한다.
현대차는 1975년 포니를 출시한 뒤 1985년에는 독자개발의 상징으로 평가되는 중형세단 쏘나타를, 1991년에는 현대차 첫 SUV이자 국내 SUV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갤로퍼를 선보이며 성장 가도를 달렸다.
현대차가 내년 처음 내놓는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5(프로젝트명 NE)는 포니를 오마주한다.
아이오닉6가 중형세단, 아이오닉7이 대형SUV인 만큼 이들이 각각 쏘나타와 갤로퍼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 전무는 2019년 아이오닉5의 기반이 되는 콘셉트카 '45'를 알리며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첨단의 기술이 적용된 차일수록 따뜻한 아날로그적 감성이 있어야 고객에게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를 비롯한 전통 완성차업체에게 전기차시대는 완전히 새로운 두 번째 걸음마(Second First steps)를 떼야 할 시기로 평가된다.
두 번째 걸음마는 하반신 장애를 지닌 국가대표 선수가 현대차의 의료용 로봇의 힘을 빌려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담은 현대차의 브랜드 광고로 현대차의 브랜드 비전인 ‘인류를 향한 진보’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친환경차, 미래 모빌리티, 로보틱스 기술 등을 통해 인류의 진보를 이끌겠다는 포부를 담아 인류를 향한 진보를 현대차 브랜드의 새 비전으로 내걸었다.
정 수석부회장이 두 번째 걸음마를 떼야하는 시점에 현대차의 전통과 역사를 강조하는 점은 과거를 통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현대차의 브랜드 비전과 맞닿아 있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