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0-08-10 15: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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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이사가 대규모 자금조달로 자체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테오젠은 생산라인 증설을 통해 향후에 체결될 추가 기술수출을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이사.
10일 알테오젠에 따르면 알테오젠은 1천억 원 규모의 전환우선주(CPS)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알테오젠은 2018년 같은 방식으로 320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는데 2년 만에 더 큰 규모로 자금조달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정맥주사 치료제를 피하주사 치료제로 변환하는 알테오젠의 플랫폼 기술 ‘하이브로자임(ALT-B4)’이 주목을 받으면서 관련 설비를 확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로자임은 DNA 변형과 단백질 재조합을 통해 정맥주사를 사용이 간편한 피하주사 제형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정맥용 주사제는 병원에서만 투약할 수 있지만 피하주사제는 환자가 스스로 집에서도 투여할 수 있어 편의성이 높고 감염 등 부작용도 적은 장점이 있다.
세계에 피하주사형 변환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곳은 알테오젠과 미국 바이오기업 ‘할로자임’ 단 2곳뿐이다.
알테오젠은 올해 6월 하이브로자임을 글로벌 10대 제약사 가운데 1곳에 계약금 약 193억 원, 총 계약규모 약 4조6770억 원에 기술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내 제약바이오업체 단일계약 규모로는 사상 2번째에 해당하는 기술수출이었다.
알테오젠의 계약 상대방은 하이브로자임 기술을 6개의 정맥주사 의약품에 적용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았는데 1개 품목이 상용화될 때마다 알테오젠은 최대 7763억 원을 받게 된다.
게다가 이 계약은 ‘비독점적’으로 진행 돼 알테오젠은 같은 기술을 다른 제약바이오기업에도 기술수출할 수 있다.
박순재 대표는 6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플랫폼 기술 덕분에 단일물질에 대한 독점권을 판매하는 기존 기술이전과 다른 ‘비독점적 기술이전’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줄 수 있었다”며 “기술료만 보면 독점적 계약이 비독점적 계약보다 클 수 있지만 우리는 여러 회사에 기술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올해 하반기에만 하이브로자임 기술과 관련해 3건의 추가 기술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병원을 가기 힘든 환자가 늘여나면서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바꾸는 하이브로자임 기술이 더욱 부각돼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기술이전 문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알테오젠은 바이오의약품의 제형을 바꾸는 플랫폼 기술수출 계약을 이미 2건이나 체결했고 하반기에도 2~3건의 기술수출이 기대된다”며 “바이오의약품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꾸려는 글로벌 제약사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알테오젠은 하반기 추가 기술수출까지 성공한다면 생산시설을 늘릴 필요성이 크다.
알테오젠은 계약 상대방에게 임상개발이나 상업적 판매를 위한 하이브로자임 물량을 공급하게 되는데 현재 보유한 50리터 규모의 동물세포 배양기, 정제설비로는 양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임상시료를 국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에 맡기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생산하면 바이오의약품 품질 유지, 가격 경쟁력 등에서 훨씬 유리해질 수 있다.
박 대표는 과거 “바이오베터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넓은 공장과 좋은 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오베터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기반으로 효능과 안전성 등을 개선한 약품을 말하는데 알테오젠의 대표 기술인 피하주사형 변환 플랫폼 하이브로자임도 바이오베터 기술이다.
박 대표는 2016년 알테오젠의 시가총액이 2천억 원 규모이던 시절 3년 안에 2조 원까지 키워보겠다고 장담했다. 알테오젠의 2020년 8월10일 기준 시가총액은 약 2조8천억 원으로 사실상 박 대표는 목표한 것을 이뤘다.
박 대표는 이제 알테오젠의 기술이 적용된 바이오의약품이 상용화돼 안정적 실적을 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알테오젠은 2019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92억 원, 영업손실 23억 원을 내는 등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6월 알테오젠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글로벌 제약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하이브로자임 기술을 적용하려 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피하주사제형 개발을 시도했을 만큼 의지가 높다”며 “이는 곧 임상 단계 진행에 따른 단계별 수수료 수령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